연상 기억(associative memory)은 일부가 빠지거나 훼손된 단서만 주어져도 저장된 완전한 패턴을 복원하는 기억 방식이다. 예를 들어 흐릿한 얼굴 사진만 보고 특정 인물을 알아보는 것과 비슷하다. 스탠퍼드대 벤저민 레브 연구진은 초저온 원자와 빛으로 이 기능을 구현했고, 고전적 홉필드 네트워크에서는 보통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되는 스핀 글라스의 복잡한 상태들을 오히려 기억 자원으로 썼다고 보고했다. 16스핀 시스템에서 저장 용량은 고전적 홉필드 한계보다 최대 7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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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는 뉴런, 빛의 모드는 시냅스
장치는 여러 광학 모드를 지원하는 근공초점(multimode near-confocal) 광학 공동 안에 보스 응축 상태의 원자 기체를 가두는 방식이다. 각각의 포획된 원자 앙상블은 하나의 유효 스핀, 즉 네트워크의 노드로 작동한다. 공동 안을 오가는 광자는 원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한다. 신경망에 빗대면 원자 앙상블은 뉴런, 광학 공동의 모드는 뉴런을 잇는 시냅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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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의 핵심은 광자가 가까운 이웃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스핀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호작용은 사실상 모든 스핀 쌍을 잇는 형태가 될 수 있고, 결합의 부호도 서로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서로 충돌하는 제약이 얽힌 연결 구조를 물리학에서는 스핀 글라스의 좌절(frustration) 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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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스핀 사이 연결 행렬에 패턴을 부호화하고, 공동으로 들어오고 나오는 빛을 통해 입력과 출력 상태를 읽어냈다. 따라서 불완전한 입력 패턴이 시간에 따라 저장된 패턴으로 수렴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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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홉필드 모델에서는 왜 스핀 글라스가 문제였나
1982년에 제안된 고전적 홉필드 모델에서는 기억이 네트워크의 유용한 안정 상태, 즉 끌개(attractor)에 대응한다. 그러나 저장할 패턴이 많아질수록 상충하는 연결 조건이 늘어나고, 의도하지 않은 안정 상태인 ‘가짜 최소점’이 대량으로 생긴다. 이것이 스핀 글라스 영역이며, 평형 상태의 동역학에서는 이런 상태들이 올바른 기억 회상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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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열역학적 홉필드 추정치는 약 (0.14N)개의 패턴이다. 스핀이 16개라면 약 3.6개 패턴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비교를 위한 이론적 기준일 뿐, 모든 유한한 16노드 홉필드 구현이 정확히 3.6개를 회상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류 상태’를 재현 가능한 기억으로
레브 연구진의 장치는 평형 상태의 홉필드 네트워크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외부 광학 구동이 원자·광자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한편, 광자 손실과 다른 소산 과정이 에너지를 빼앗는 구동·소산형(driven-dissipative) 시스템이다. 이 비평형 동역학은 어떤 상태가 안정적이고 반복 가능하게 나타나는지를 바꾼다.
연구의 중심 결과는 평형 회상에서는 방해물이던 유리질 최소점들이, 이 구동·소산 환경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끌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16스핀 네트워크에서 홉필드 한계를 최대 7배 넘는 연상 기억 용량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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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다룬 보도와 자료에 따르면 16스핀 구성에서 약 12개 기억을 회상했고, 약 3.6개라는 홉필드 비교 기준을 웃돈다. 원자 트랩을 느슨하게 했을 때에는 약 25개 기억까지 보고됐다. 다만 논문의 핵심 비교는 ‘최대 7배’ 향상이며, 이 작은 네트워크의 결과를 AI 시스템 전반에 적용되는 확장 법칙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원리 검증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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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운동이 만든 ‘단기 가소성’
이 장치의 원자 앙상블은 움직이지 않는 수학적 스핀이 아니다. 원자의 운동은 광자가 매개하는 스핀 상호작용과 결합한다. 특정 스핀 배치가 원자 구름의 운동 상태를 바꾸고, 바뀐 원자 운동이 다시 네트워크의 연결 구조를 수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효과를 폴라론적 ‘탄성(elasticity)’이라고 부른다. 기능적으로 보면, 유효 시냅스 결합이 활동 상태에 따라 달라지고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뜻이다. 최근의 네트워크 상태가 뒤이은 회상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연구진은 이를 생물학적 신경계의 단기 시냅스 가소성과 비교한다. 이는 가중치를 영구적으로 학습·훈련하는 과정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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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을 느슨하게 하면 원자가 더 많이 움직일 수 있고, 보고된 결과에서는 그에 따라 기억 용량도 증가했다. 이 플랫폼에서 원자 운동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잡음이 아니라, 계산에 적극 참여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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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여줬고, 무엇은 아직 아닌가
이번 연구는 집단적 비평형 원자·광자 동역학을 바탕으로 연상 기억을 구현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였다. 또한 구동·소산형 스핀 글라스 네트워크를 미시적 수준에서 제어하고 영상화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했다. 연구진의 관련 연구에서는 최대 25개의 유효 스핀을 갖는 공동 QED 스핀 글라스 네트워크도 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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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GPU, 기존 반도체 메모리 또는 상온 신경망 하드웨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시연한 것은 아니다. 장치는 초저온 원자 기체, 정밀 레이저, 광학 트랩, 고진공 환경, 안정화된 다중모드 광학 공동에 의존한다. 따라서 AI 계산에서 전체 에너지 이점이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이런 지원 인프라의 전력까지 모두 포함해야 하며, 현재 증거만으로는 에너지 효율 우위를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결과는 적응적으로 변하는 결합과 비평형 집단 동역학을 갖는 물리계가 특정 기억·최적화 문제에서 디지털 구현과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의 발표 목록에는 구동·소산형 스핀 글라스와 얽힘을 포함한 양자 현상에 관한 후속 연구도 제시돼 있다. 이 접근이 대규모에서 실용적인 계산상 이점을 만들지는 앞으로의 실험으로 검증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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