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홍콩 사상 최대 규모 후속 주식 발행은 투자자에게 뚜렷한 선택지를 던졌다. 회사는 인공지능(AI) 전략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기존 주주는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했다. 주가의 즉각적인 하락은 시장이 이번 자금 조달을 무조건적인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중심의 거대 기업에서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자금 조달의 전략적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신주를 할인된 가격에 발행한 만큼 경영진이 추가 자본으로 충분히 빠른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
무엇을 얼마나 발행했나
알리바바는 신주 7억1,000만 주를 주당 112.70홍콩달러에 발행해 총 800억 홍콩달러, 약 102억 달러를 조달했다. 발행가는 직전 홍콩 종가보다 8.4% 낮았고, 신주 발행으로 전체 발행주식 수는 계산 방식에 따라 약 3.6~3.7% 늘어났다. 1413
기존 주주에게는 두 가지 비용이 발생한다.
- 지분 희석: 새로 유입된 자본이 주식 수 증가분을 상쇄할 만큼 기업가치를 높이지 못하면 기존 투자자가 보유한 회사 지분 비율은 낮아진다.
- 할인 발행의 기준 효과: 발행가는 단기적으로 주가의 새로운 기준선이 될 수 있다. 할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일부는 기존 주주가 아니라 신주를 배정받은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거래 발표 이후 알리바바의 홍콩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식예탁증서(ADR)도 8.6% 하락했는데, 같은 시기 다른 미국 상장 중국 주식이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3038 시장은 AI 지출 규모와 현금흐름, 투자 실행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주가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신주 수요가 약했던 것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문 규모는 약 280억 달러로 조달액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1730 할인된 가격의 신주는 신규 투자자에게 매력적일 수 있지만, 기존 주주에게는 희석과 할인 발행이라는 부담으로 보일 수 있다. 신주 수요가 강하면서 유통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마이클 버리가 비판한 이유
2008년 금융위기를 앞두고 미국 주택시장 하락에 베팅해 이름을 알린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알리바바 보유 지분 전부를 경쟁사 JD닷컴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 발행을 용납할 수 없다”고 썼으며, 알리바바 주가가 절반 더 떨어져야 다시 매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314
버리의 비판은 불확실한 투자 계획을 주식 발행으로 조달할 때 기존 주주가 부담하는 경제적 비용에 초점을 맞췄다. 그의 결정이 알리바바 전략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AI 지출이 이익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면, 새로 발행되는 주식 한 주가 더 낮은 수익성과 불확실한 사업에 대한 청구권이 될 수 있다는 약세론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알리바바 경영진은 지금의 희석을 받아들이면 향후 클라우드와 AI 수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결국 회사는 단기적인 주주 부담과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맞바꾸자고 요구하는 셈이다.
시장 신뢰를 둘러싼 쟁점
주식 발행 발표 전후의 급격한 주가 움직임은 일부 투자자가 발행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불러왔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은 개념이 **월 크로싱(wall-crossing)**이다. 이는 기업이나 투자은행이 주식 거래를 공식 발표하기 전에 잠재적 투자자에게 비공개로 거래를 타진하는 관행을 말한다. 중요한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은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정보가 공개될 때까지 거래 제한을 따라야 한다.
월 크로싱 자체는 블록딜이나 대규모 주식 발행에서 활용되는 일반적인 절차이며, 그 자체로 부적절한 행위는 아니다. 핵심은 누가 어떤 비공개 정보를 받았는지, 해당 투자자에게 거래 제한이 적용됐는지, 그리고 관련 통제가 실제로 지켜졌는지다.
이번 논의는 홍콩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은 세간티 캐피털 매니지먼트(Segantii Capital Management) 내부자거래 재판과도 시점이 겹쳤다. 검찰은 세간티와 설립자 사이먼 새들러, 전직 트레이더 대니얼 라 로카가 2017년 패션업체 에스프리트의 블록딜 계획에 관한 기밀 정보를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피고인은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323443
다만 세간티 사건은 알리바바의 주식 발행과 별개의 사안이다. 해당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알리바바의 투자자나 중개기관이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공개된 보도 역시 알리바바 주식 거래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입증하지 않는다. 다만 홍콩 시장에서 비공개 주식 발행 절차와 정보 통제가 왜 다시 엄격하게 검토되고 있는지는 설명해준다.
알리바바가 AI 자금을 필요로 하는 이유
알리바바는 이번 조달금 전액을 ‘풀스택’ AI 역량과 인프라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AI와 관련 인프라에 3,800억 위안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더 큰 계획의 일부다. 경영진은 이미 해당 금액의 절반가량을 지출했으며, 현재의 평균 매출총이익률을 기준으로 AI 관련 자본지출이 약 3년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45
사업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신호도 있다. 알리바바 실적 발표에 따르면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부문의 외부 매출 성장률은 40%로 가속됐고, AI 관련 제품이 외부 클라우드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44 가장 최근에 보고된 분기에는 AI 클라우드와 컴퓨팅 서비스 매출이 45% 증가해 484억4,000만 위안에 이르렀다. 45
하지만 투자 비용은 이미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4~6월 분기 자본지출은 75% 증가한 676억8,000만 위안을 기록했고, 분기 이익은 75% 감소했다. 4546 이는 투자자가 AI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새 자본이 충분히 높은 수익률로 조달·집행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포트폴리오 재편
이번 주식 발행은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더 큰 사업 재편의 일부이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링시 게임즈 사업의 매각을 추진하거나 완료했으며, 앞서 선아트와 인타임 등 자산도 매각했다. 5058
따라서 이번 증자는 단순한 유동성 확보를 넘어선다. 인프라와 AI 모델, 클라우드 서비스로 자본과 경영진의 관심을 재배분하겠다는 신호다. 사업을 더 집중된 구조로 만들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AI 인프라 구축의 불확실한 수익성에 대한 알리바바의 노출도 커진다.
앞으로 투자자가 확인할 지표
이번 발행의 단기 영향은 기존 주주에게 부정적이었다. 장기적인 평가는 알리바바가 조달한 자본을 수익성 있는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시장이 주목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 AI·클라우드 매출 성장: 투자 논리를 뒷받침하려면 관련 수요가 충분한 속도로 계속 증가해야 한다.
- 자본집약도: 인프라 지출이 언제 둔화되거나, 매출과 마진 확대를 통해 정당화될지 확인해야 한다.
- 투자 회수 시점: 알리바바가 제시한 3년 손익분기점 전망은 진행 상황을 평가할 기준이지 수익을 보장하는 약속은 아니다. 1745
- 추가 주식 발행 여부: 또다시 할인된 신주를 발행한다면 기존 주주가 전략 비용을 반복해서 부담한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 공시와 거래 통제: 별개의 세간티 사건 결과와 관계없이, 비공개 주식 발행 과정에 대한 명확한 통제와 공시는 투자자 신뢰에 중요하다.
알리바바는 이번 증자를 통해 AI 경쟁에 필요한 시간과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동시에 전략이 실패할 경우 주주가 치러야 할 대가도 높아졌다. 이번 기록적인 발행은 주문 규모나 버리의 비판만으로 평가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핵심은 AI 투자가 주식 희석을 넘어서는 추가 가치를 만들어내고, 회사의 자본 배분 결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