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하이퍼스케일러는 신규 자본지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공사가 시작된 시설, 발주한 장비, 체결한 리스, 조달한 프로젝트 대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초기 손실은 대형 기술기업 자체보다 데이터센터 소유주와 금융기관에 먼저 나타날 수 있다.
AI 인프라 구축에는 기업 부채와 함께 리스, 합작투자, 프로젝트 법인, 보증, 제3자 자본이 활용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특수목적기구가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거나 인수한 뒤 부채를 조달하고, 하이퍼스케일러의 장기 운영리스나 용량 약정에 의존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이런 구조는 관련 차입금이 일반적인 기업 부채로 표시되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는 하이퍼스케일러와 연결돼 있을 수 있다. 무디스의 7월 업데이트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코어위브의 데이터센터 리스 의무는 약 1조2,000억 달러이며, 8,200억 달러 이상이 아직 건설 중인 시설과 관련돼 있다.
다만 이른바 ‘숨은 AI 부채’ 추정치는 주의해서 해석해야 한다. 3조 달러라는 총액에는 리스, 구매 약정, 보증, 기타 계약상 노출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공시된 부채와 곧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보다 확실한 결론은 따로 있다. 인프라 구축으로 생긴 모든 청구권이 기업의 표면적인 부채 숫자에 포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모대출 기관은 데이터센터 건설, 토지, 전력 장비, GPU와 관련 인프라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다.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연구는 모건스탠리 추정치를 인용해, 2025~2028년 하이퍼스케일러의 추가 컴퓨팅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약 2조9,000억 달러의 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부 자본을 필요로 할 수 있으며, 부채 조달에서 사모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험은 여러 경로로 연결된다. 데이터센터 가동이 늦어지면 매출은 미뤄지지만 이자는 계속 쌓인다. 임차인의 수요가 약해지면 부채상환능력 지표가 악화된다. GPU와 장비 가격이 떨어지면 영업현금흐름이 줄어드는 동시에 담보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
또 사모대출 펀드가 환매 요청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산을 쉽게 매각하기 어렵다면, 하이퍼스케일러가 디폴트를 내지 않아도 평가손실과 자금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은 투자자의 자금과 위험 한도를 놓고 다른 차입자와 경쟁한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장기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사모대출의 차환, 금융기관 발행의 밀려남을 AI 금융이 만기 프리미엄과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경로로 지목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드는 가운데 부채와 리스 약정이 늘면 신용평가사들은 레버리지와 재무정책을 더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디스는 AI 투자, 주식 매각, 장부 밖 금융이 신용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기업들의 기초적인 재무건전성은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 영향은 기술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운영사, 전력회사, 통신사, 건설사, 반도체 공급업체 등 AI 노출이 서로 얽힌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경우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를 겪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 현금흐름, 리스채권, 장비 대출, 프로젝트 대출은 구조화 상품이나 특수목적기구를 통해 자금 조달 또는 유동화될 수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장기 임차인에 의존할 때는 이런 상품이 견고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프로젝트가 동일한 소수의 하이퍼스케일러와 동일한 AI 수요 가정에 의존한다면 보호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출 축소가 동시에 일어나면 리스 재협상, 약정 위반, 담보가치 하락, 장비 잔존가치 전망 악화가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 선순위 투자자는 일정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후순위 트랜치와 창고대출 기관, 지분 투자자는 손실에 더 취약하다.
핵심 위험은 상관관계다. 개별적으로는 분산돼 보이는 자산들이 사실상 같은 이유로 동시에 부진할 수 있다.
AI 지출만으로 국가채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국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자금 경쟁과 기간 프리미엄 상승을 통해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
대규모 기업 및 프로젝트금융 발행이 각국 정부의 대규모 차환과 동시에 진행되면 투자자의 자금과 대차대조표 수요가 커진다. 투자자들이 만기 위험이나 신용 위험에 대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할 경우 공공·민간 차입자 모두의 금리가 오를 수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데이터센터, 전력회사 및 기타 인프라 프로젝트의 금융비용도 높아진다. 수익성이 간신히 성립하는 프로젝트일수록 이자 부담에 더 크게 흔들리는 구조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갑자기 무너진다는 전망이 아니다. 공통 충격이 발생했을 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금융 노출이 문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38%가 AI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을 시스템적 신용사건의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으로 꼽았다.
소수의 기업이 첨단 칩, 전력, 건설, 데이터센터 용량, 금융 수요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는 점이 집중 위험을 만든다. 수익률이 높으면 이 집중이 투자를 더욱 빠르게 확대한다. 반대로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 같은 기업들이 동시에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그 충격은 대출기관, 임대인, 전력회사, 공급업체, 유동화 상품으로 한꺼번에 전달된다.
위험을 판단할 때 단순한 자본지출 총액만 봐서는 부족하다. 다음 지표가 더 중요하다.
AI 매출과 영업현금흐름이 결국 추가 인프라 지출을 앞서면 위험은 관리 가능한 수준에 머물 수 있다. 한 시장 추정은 하이퍼스케일러의 이익과 현금흐름 증가율이 2027년 말 또는 2028년부터 추가 자본지출 증가율을 웃돌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는 전망이지 확인된 결과는 아니다.
진짜 실패 조건은 클라우드·AI 매출 증가가 감가상각, 전력, 리스, 금융비용, 신규 투자비를 감당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장기간 밑도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AI 구축은 수익성 높은 생산능력 확대에서 과잉설비 사이클로 바뀔 수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수익률 하락을 흡수하겠지만, 더 높은 레버리지를 가진 중간 금융기관과 인프라 사업자는 디폴트, 담보손상, 차환 압박, 신용스프레드 확대에 직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