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고 해서 모든 항공권이 당장 다음 날부터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높은 원유 가격과 더 중요한 항공유 가격이 장기간 유지되면 항공사들은 운임 인상,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감편, 공급 축소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CEO가 내년 운임의 “상당한 상승”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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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단기 급등인지, 장기적인 비용 구조 변화인지다. 연료를 미리 정한 가격에 사두는 연료 헤지를 해 둔 항공사는 당분간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현물 가격에 더 많이 노출된 항공사는 압박을 빨리 받는다. 헤지 계약이 만료되면, 어느 항공사든 높아진 비용을 승객에게 얼마나 전가할지 결정해야 한다.
항공사에 더 직접적인 변수는 ‘원유’가 아니라 항공유
원유는 항공사 연료비의 출발점일 뿐이다. 항공사가 구매하는 것은 정제된 항공유이며, 정유 설비 여력이나 공급 경로가 제약되면 항공유 가격은 원유보다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지표가 원유와 항공유 가격 차이인 **크랙 스프레드(정제마진)**다. IATA는 항공유 가격이 2월 말 이후 사실상 두 배가 됐고, 항공유 크랙 스프레드가 4월 배럴당 8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6년 평균 항공유 가격 전망은 배럴당 152달러로, 2025년보다 거의 70%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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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9월 8일 기준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4.04달러로 집계됐다. 분쟁 발발 초기보다 62% 높은 수준이며, 다수 항공사의 3분기 비용 가정도 웃돈다.
18 따라서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는다는 사실만으로 항공사의 실제 비용 압박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 브렌트유는 공급 우려 속에 9월 9일 100달러를 웃돌았지만, 4월 고점인 126달러에는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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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먼저 체감할 가능성이 큰 구간
항공사는 모든 표의 가격을 일률적으로 올리지 않는다. 수요와 좌석 상황을 반영하는 수익관리 방식에 따라, 좌석이 부족하고 승객이 가격에 덜 민감한 구간부터 가격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상승 압력이 큰 곳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 연휴·방학 등 성수기 출발일: 이미 탑승률이 높을 가능성이 큰 시기
- 출발일이 임박한 예약: 남은 좌석을 채우기 위해 할인할 필요가 적은 경우
- 좌석 공급이 제한된 노선: 경쟁사가 적거나 운항 좌석 수가 빠듯한 노선
- 장거리 노선: 편당 연료 사용량이 크고 대체 교통수단이 제한적인 구간
미국 사례는 연료 충격이 통상적인 계절 가격 흐름을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포브스가 인용한 호퍼 자료에 따르면 가을철 미국 국내선 평균 운임은 326달러로, 전년보다 39% 높았다. 통상 노동절 이후 나타나는 운임 하락과 다른 움직임이다.
23 이는 모든 표가 39% 오른다는 뜻이 아니라, 널리 풀리던 저가 운임이 사라지고 성수기 및 출발 임박 표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라이언에어는 7~9월 평균 운임이 전년보다 매우 낮은 한 자릿수 비율로 하락할 것으로 보면서도, 겨울철 가격은 유가에 크게 달렸다고 밝혔다.
1 수요가 약하거나 불확실하면 단기적으로는 운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다만 고가 연료가 지속되면 이런 억제력도 오래가기 어렵다.
연료 헤지는 충격을 늦출 뿐, 없애지는 못한다
연료 헤지는 항공사가 미래 연료 수요의 일부를 미리 정한 가격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즉각적인 비용 충격을 완화하고, 현물 시장에서 연료를 사야 하는 경쟁사 대비 우위를 만들 수 있다.
라이언에어는 비헤지 상태의 고가 겨울철 연료 노출을 줄이기 위해 2027회계연도 수송 목표를 낮췄다. 또 고유가가 2027년 여름까지 이어진다면 헤지가 덜 된 경쟁사들이 운항 규모를 유지하기 어렵거나 겨울철 생존 자체에 압박을 받을 수 있어, 유럽 단거리 운임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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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 입장에서는 영향이 단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 초기: 헤지를 많이 한 항공사는 경쟁사보다 운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수요를 지키기 위해 선택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 계약 만료 이후: 높은 시장 가격이 항공사 비용과 항공권 가격에 점차 더 많이 반영된다.
- 공급 감축이 시작되면: 좌석 수 자체가 줄어 수요가 아주 강하지 않아도 운임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
항공사는 모든 비용을 떠안기보다 수익성 낮은 운항을 줄일 수 있다
연료비 충격이 이어지면 마진이 낮은 항공편을 계속 운항하기가 어려워진다. 항공사는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빼거나 비수기 운항을 줄이고, 여러 편을 하나로 통합하거나, 항공기를 수익성이 더 높은 시장으로 돌릴 수 있다.
라이언에어의 수송 목표 하향은 이런 방어적 대응의 한 사례다.
2 현금과 수익성을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좌석 공급은 줄어든다. 여러 항공사가 비슷한 결정을 내리는 시장에서는 공급 감소가 높은 운임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업계 내 충격은 균등하지 않을 전망이다. 유동성이 충분하고, 헤지 프로그램과 다양한 노선망을 갖춘 대형 항공사는 대응 수단이 더 많다. 반면 부채 부담이 크거나 연료 헤지가 부족한 소형 항공사는 통상 적자가 나기 쉬운 겨울 운항 기간에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작을 수 있다.
운임 인상만으로 수요 위축을 해결할 수는 없다
여행객이 비행기 요금을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하면 항공사는 비용 증가분을 전부 전가할 수 없다. 특히 레저 여행객은 여행을 미루거나, 기간을 줄이거나, 가까운 곳으로 목적지를 바꾸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택할 수 있다. 경기 약화가 이어지면 출장 수요와 항공 화물도 결국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항공업계의 딜레마다. 운임 인상은 연료비 일부를 만회하지만, 너무 큰 인상은 예약과 탑승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항공사는 좌석을 채우기 위해 할인해 수익률을 낮추거나, 감편으로 성장과 공급을 줄이는 선택지에 놓인다.
맥킨지는 미국 항공사를 분석한 연구에서 연료비 상승분의 평균 전가율이 약 70%였다고 소개했다. 다만 실제 전가율은 시장 수급과 경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25 따라서 연료비 인플레이션의 결과는 항공권의 일대일 가격 인상보다는, 운임 상승·감편·수익성 악화가 함께 나타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계와 경기 전반에 미칠 파장
IATA는 2026년 전 세계 항공업계 순이익 전망을 230억 달러로 낮췄다. 이는 2025년 추정치의 약 절반이며, 종전 전망치 약 410억 달러에서도 크게 내려간 수준이다. IATA는 높은 연료비와 중동 항공 회랑의 운항 차질을 이유로 들었다.
30 2026년 항공사 연료비는 3,500억 달러로, 2025년의 2,520억 달러에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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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발 물가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비용을 동시에 높여 여행에 쓸 수 있는 돈을 줄일 수 있다. 유가 배럴당 120달러는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로이터는 선박 공격이 심화할 경우 골드만삭스가 그 수준까지의 상승 가능성을 봤다고 보도했다.
36 별도의 부정적 시나리오에서 씨티는 브렌트유가 연말까지 120달러에 머무를 경우 세계 성장률이 약 1.5~2%로 낮아지고,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은 5%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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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확인할 지표
여행객과 투자자가 볼 것은 원유 가격 하나만이 아니다.
- 항공유 가격과 크랙 스프레드: 항공사가 정제 연료에 실제로 지불하는 비용을 보여준다.
- 고가 지속 기간: 단기 급등보다 수개월간 이어지는 높은 가격이 훨씬 큰 부담이다.
- 항공사의 연료 헤지 공시: 현재 누가 보호받고 있는지, 언제 시장 가격 노출이 커지는지 가늠할 수 있다.
- 겨울철 공급 계획: 감편은 항공사가 비용 충격을 일시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는 초기 신호가 될 수 있다.
- 예약 흐름: 여행 수요가 위축되면 항공사는 연료비를 전부 운임에 반영하기 어렵다.
결국 유가가 100달러 이상인 환경이 지속될 때 예상되는 것은 모든 항공권의 동일한 인상이 아니다. 수요가 높은 날짜의 저가 좌석 감소, 출발 임박 운임 상승, 수익성 낮은 운항 감축, 헤지가 부족한 항공사의 재무 압박이 더 현실적인 모습이다. 라이언에어의 경고는 즉각적이고 보편적인 가격 급등이라기보다, 고가 항공유가 업계의 새로운 기준선이 될 경우 2027년에 나타날 수 있는 변화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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