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실제로 사는 것은 추상적인 의미의 ‘원유’가 아니라 정제된 항공유다. 따라서 원유 가격이 오르는 데다 원유와 항공유의 가격 차까지 커지면 항공사의 비용 충격은 더 커진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미국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4.04달러에 이른 상황에서는 수익성이 압박받고, 비수기 노선 운항이 줄며, 특히 연휴·성수기와 공급이 빠듯한 노선의 항공권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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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든 항공사와 시장에 같은 속도, 같은 폭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연료 헤지(미리 정한 가격으로 연료 구매 가격을 고정하는 계약)는 일정 기간 충격을 완화할 수 있고, 여행 수요가 약하면 항공사가 비용을 모두 운임에 전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고유가가 지속된 채 헤지 계약이 만료되면 2027년에는 부담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
당장 문제는 항공유 가격이다
9월 초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4.04달러로, 이란 분쟁 시작 당시보다 62% 높았다. 이는 미국 항공사들이 3분기에 예상했던 갤런당 3.15~3.80달러 범위도 웃도는 수준이다. 당시 가격은 배럴당 약 170달러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됐는데, 같은 시기 원유 기준 가격보다 훨씬 높아 정제 비용과 수급 여건이 항공사 충격을 증폭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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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은 항공사에 세 가지 부담을 준다.
- 마진 악화: 늘어난 연료비를 운임에 충분히, 빠르게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 운항 축소 유인: 수요가 낮은 겨울 비수기편이나 수익성이 얇은 노선은 운항 매력이 낮아진다.
- 뒤늦은 운임 압력: 가격 정책을 바꾸고 좌석 공급을 줄이며 더 비싼 가격에 연료를 다시 조달하는 과정에서 운임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연료비 급등으로 2026년 세계 항공업계 수익성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항공사들이 이를 감당하기 위해 운임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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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은 왜 한꺼번에 오르지 않나
연료비 충격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노선의 운임이 즉시 같은 비율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항공사는 몇 달 전부터 좌석을 판매하고, 노선별 경쟁 상황이 다르며, 수요를 지키기 위해 비용 일부를 스스로 흡수할 수도 있다.
미국 항공사 업계 단체인 Airlines for America의 크리스 수누누 CEO는 미국 항공사들이 추가 연료비 일부를 ‘떠안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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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고유가만으로 운임이 자동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물 항공유 가격이 항공사의 예산 가정보다 계속 높다면 선택지는 결국 줄어든다. 낮은 마진을 감수하거나, 운항편을 줄이거나, 부가 수수료를 조정하거나, 수요가 버틸 수 있는 노선에서 운임을 올려야 한다. 좌석 공급 감소 자체도 남은 좌석의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라이언에어가 보여주는 2027년의 시간차 위험
라이언에어 사례는 연료 헤지가 단기 전망을 어떻게 바꾸는지 잘 보여준다. 이 항공사는 2027년 연료 수요의 80%를 배럴당 67달러에 헤지했다고 밝혀 현물 가격 급등에 대한 상당한 완충 장치를 갖췄다.
10 그럼에도 비헤지 겨울철 연료 비용 노출을 줄이기 위해 여객 목표를 2억1,600만 명에서 2억1,400만 명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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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올리어리 CEO의 운임 전망은 엇갈렸다.
- 7~9월 평균 운임은 전년 대비 아주 소폭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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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12월과 3월 분기의 전망은 “완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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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가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항공권 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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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2027년의 시간차다. 헤지는 항공사에 시간을 벌어주지만 계약은 결국 만료된다. 보호 장치가 적은 항공사는 더 큰 폭의 공급 축소에 나설 수 있으며, 라이언에어는 고유가가 계속될 경우 헤지가 덜 된 일부 경쟁사가 공급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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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걸프 지역에서는 이미 높은 운임이 관측됐다
업계 보도에 인용된 자료에 따르면, 2027년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여행객은 높은 가격을 마주하고 있었다. 호퍼 테크놀로지 솔루션스(HTS) 자료에서 미국 국내선 가을 평균 항공권 가격은 326달러로 전년보다 39% 올랐다.
25 노동절 이후부터 11월 중순까지 운임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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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지역에서도 분석가들은 항공유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티켓값이 곧바로 낮아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봤다. 항공유 가격이 전년보다 여전히 높은 데다 수요, 공급 제약, 기타 운영비가 운임을 높은 수준에 붙들 수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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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게 보면, 운임 하락은 연료비 하락보다 늦는 경향이 있다. 앞선 보도에서는 항공유 가격이 떨어졌을 때도 빠듯한 좌석 공급 덕분에 항공사들이 운임을 분쟁 이전 수준보다 높게 유지할 여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19 연료비 하락은 항공사 재무에는 도움이 되지만, 곧바로 소비자의 항공권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휴 수요가 비용 전가의 한계도 결정한다
성수기에는 좌석이 부족하고 여행 일정 변경이 어려운 승객이 많아 항공사가 추가 연료비를 운임에 반영하기 쉽다. 고유가가 이어질 경우 연휴, 장거리 여정, 인기 국제선은 특히 높은 운임에 노출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항공사가 비용 상승분을 무한정 전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비싼 항공권 때문에 선택적 여행 수요가 줄면, 항공사는 전 노선 일괄 인상보다 일부 구간의 할인으로 탑승률을 방어할 수 있다. 라이언에어의 불확실한 겨울 전망도 같은 균형을 보여준다. 연료비는 인상을 요구하지만, 실제로 얼마를 올릴 수 있는지는 예약 수요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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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까지 주목할 지표
브렌트유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다음 항목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원유 대비 항공유 가격: 두 가격의 격차가 넓으면 원유가 안정돼도 항공사 비용 부담은 클 수 있다.
- 연료 헤지 비중과 만료 시점: 헤지 항공사는 일시적으로 보호받지만 계약이 끝날수록 시장 가격 노출이 커진다.
- 겨울철 공급 조정: 운항편 축소는 항공사가 현재 연료 가격에서 일부 노선의 채산성을 낮게 본다는 신호일 수 있다.
- 출발 임박 예약과 연휴 예약: 수요가 강하면 항공사의 가격 결정력이 커지고, 수요가 약하면 더 많은 비용을 자체 흡수해야 한다.
- 정유 및 공급 차질: 정제 연료 공급이 더 빡빡해지면 원유 가격 변화보다 더 빠르게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증거가 모든 지역에서 즉각적이고 확정적인 운임 급등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항공업계 대표는 단기적으로 운임이 안정될 수 있다고 했고, 라이언에어도 여름 운임은 소폭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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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다만 높은 원유 및 정제 연료 가격이 장기화하면, 2027년으로 갈수록 더 비싼 항공권, 줄어든 좌석 공급, 낮아진 항공사 수익성의 가능성은 커진다. 특히 헤지 비중이 낮은 항공사와 성수기 출발일을 예약하는 여행객의 영향이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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