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와 DSTA의 엔지니어들은 IBM 전문가들과 함께 대표적인 작전 계획 문제를 설정하고, 양자 최적화 접근법을 개발·평가할 예정이다. 이 과정은 특정 알고리즘의 성능을 재는 데 그치지 않고, 국방 현장의 문제를 양자 하드웨어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실무 역량을 쌓는 데도 의미가 있다.
차량과 목적지가 늘어나고 시간 제한, 연료 조건, 위협 지역 같은 제약이 추가되면 가능한 계획의 수는 빠르게 늘어난다. 단순히 실행 가능한 경로 하나를 찾는 것과, 속도·연료 소비·적재량·노출 위험을 모두 감안해 가장 나은 계획을 찾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처럼 여러 선택지와 제약 조건이 얽힌 조합 최적화 문제에 양자 알고리즘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연구되고 있다. 금융권의 위험 모델링과 파생상품 가격 산정 등 전통적인 계산 방식이 큰 부담을 느끼는 분야에서도 같은 가능성이 검토돼 왔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모든 경로를 동시에 계산해 완벽한 답을 즉시 내놓는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현재의 양자 프로세서는 규모와 안정성에 한계가 있고, 현실적인 국방 문제에서 기존의 강력한 고전적 최적화 시스템보다 우수하다는 점도 아직 일반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중요한 비교 대상은 양자컴퓨터 단독이 아니다. 기존 컴퓨터와 양자 프로세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현실적인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그리고 재현 가능한 품질로 풀어내는지가 핵심이다.
이번 협력의 즉각적인 성과는 작전 계획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 있지 않을 수 있다. 싱가포르 국방 엔지니어들이 양자 자원과 전문 지원을 활용해 실제 문제를 재구성하고, 데이터 준비부터 결과 검증까지 경험하게 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자산이다. 향후 하드웨어와 오류 보정 기술, 알고리즘이 발전할 경우를 대비해 소프트웨어·데이터·평가 역량을 미리 확보하는 셈이다.
싱가포르는 국방 외 분야에서도 양자 기술의 활용처를 찾고 있다. 항만 물류에서는 컨테이너를 어느 위치와 순서로 쌓을지 결정하는 문제가 연구 대상이 될 수 있고, 금융권에서는 사기 탐지, 데이터 보안, 파생상품 가격 산정 등이 실험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례 역시 양자컴퓨터가 이미 기존 방식을 대체했다는 뜻은 아니다.
양자컴퓨팅은 국가안보에 새로운 기회를 주는 동시에 기존 보안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 충분히 강력한 미래의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현재 통신과 데이터 보호에 널리 쓰이는 일부 공개키 암호가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 뒤에야 대응을 시작해서는 늦을 수 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금융기관들이 2030년 이전에 양자내성을 확보하기를 목표로 제시하며, 양자내성 암호로의 전환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의미 있는 이정표는 양자 프로세서가 작은 최적화 예제를 실행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현실적인 작전 계획 문제에서 양자 또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기존 최적화 시스템보다 더 나은 해법을, 충분한 속도와 신뢰성으로 반복해서 제시할 수 있는지가 진짜 시험대다.
결국 싱가포르·IBM 협력의 현재 가치는 ‘양자 우위가 이미 도래했다’고 선언하는 데 있지 않다. 어떤 국방 문제가 양자 방식에 적합한지 차분히 골라 시험하고, 기술의 한계를 측정하며, 필요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다. 장기적인 성과와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싱가포르는 기술이 성숙하기 전에 준비를 시작할 수 있는 실험장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