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과제는 스타트업을 많이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성장에 성공한 기업이 대규모 후속 투자 라운드를 유럽 안에서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해외 자본을 찾거나 이른 시점에 매각을 선택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투자은행(EIB) 그룹이 내놓은 **유럽 기관투자자 협약(European Institutional Investors Pact)**은 이 병목을 겨냥한다. 대형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 보험사, 은행이 유럽 벤처캐피털(VC)·성장주 투자 펀드에 더 쉽게 접근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경로를 정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자발적 협약은 2026년 9월 22일 TechEU Equity Summit에서 출범했다. 당시 13개 기관투자자가 유럽의 혁신·스케일업 생태계에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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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기관의 장기 자금’을 성장자본으로 바꾸는 것
연기금이나 보험사, 은행은 장기 운용 자금을 대규모로 보유하지만, 전문 사모시장 펀드를 평가하고 투자할 실질적인 접점이 필요하다. 이 협약은 독립적인 보조금 사업이라기보다 그 접점을 넓히는 시장 조성 장치에 가깝다.
실행 축은 두 가지다.
- 정책 대화 포럼: EU 집행위원회가 주도하며, 기관투자자와 정책 담당자가 유럽 성장금융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사안들을 파악하고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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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IB 그룹 투자 플랫폼: 현재 자금 모집 중인 유럽 펀드를 기관투자자에게 소개한다. 대상은 목표 펀드 규모가 최소 3억 유로인 관련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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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흐름은 간접적이다. 기관투자자가 숙련된 유럽 VC·성장주 펀드 운용사에 출자하면, 운용사가 성장 후기 기업들에 분산 투자한다. 결과적으로 스케일업 기업은 사업 확장 단계에서 유럽 내 자금 풀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ETCI 2.0과 스케일업 유럽 펀드, 역할은 다르다
협약은 서로 보완적인 두 투자 수단으로 기관자금을 끌어들이려 한다.
ETCI 2.0: 더 큰 유럽 펀드를 만드는 간접 투자 축
**유럽 테크 챔피언 이니셔티브 2.0(ETCI 2.0)**은 확대된 펀드오브펀드 전략과 기관투자자용 투자 플랫폼을 결합한 150억 유로 규모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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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원국과 EIB 그룹의 공적 자금에 더해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펀드오브펀드는 개별 기업을 직접 선별해 투자하기보다 VC나 사모펀드(PE) 같은 전문 운용사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운용사는 더 큰 펀드를 조성하고 성장 단계 기업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한다. 펀드 규모가 커지면 유망 기업이 후속 라운드에서 자금 부족을 겪어 조기 매각하거나 유럽 밖에서 자금을 찾아야 하는 압박을 줄일 수 있다.
스케일업 유럽 펀드: 전략기술 기업에 직접 투자
**스케일업 유럽 펀드(Scaleup Europe Fund)**는 직접 투자 역할을 맡는다. 목표 규모는 50억 유로이며, 유럽혁신위원회(EIC) 펀드 안에 설치됐다. 투자 운용사는 EQT로, 펀드의 정해진 틀 안에서 독립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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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펀드는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반도체, 로봇·자율 시스템, 에너지, 우주, 바이오기술, 의료기술, 첨단소재, 농업기술 등 전략기술 분야의 후기 단계 및 성장 단계 기업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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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 ETCI 2.0은 유럽의 전문 투자 펀드 자체를 키우는 수단이고, 스케일업 유럽 펀드는 선별된 기업에 대규모 성장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수단이다. EU의 스타트업·스케일업 전략도 두 제도를 상호 보완적 장치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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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I 1단계는 무엇을 보여줬나
ETCI 1단계는 이 모델이 펀드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초기 사례를 제공한다. 유럽투자기금(EIF)에 따르면 6개 EU 회원국이 제공한 초기 재원은 최대 39억 유로였고, ETCI 1은 성장 단계의 ‘메가펀드’ 15개를 지원했다. 이로써 유럽 성장 단계 생태계의 메가펀드 수는 거의 두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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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공공 부문의 앵커 자본이 유럽 운용사의 대형 펀드 결성을 돕는다는 구조적 성과다. 다만 이를 장기 투자성과의 증거로 보기는 이르다. 궁극적으로는 해당 펀드와 포트폴리오 기업이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EU 스타트업·스케일업 전략에서의 위치
기관투자자 협약은 EU의 더 큰 스타트업·스케일업 전략 안에 들어 있다. 이 전략은 금융뿐 아니라 기업이 유럽 전역에서 창업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치들을 함께 추진한다. 전략은 공공·민간 자본을 함께 모으는 더 심화된 ETCI 2.0 펀드오브펀드 구조와 스케일업 유럽 펀드의 병행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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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점에서 협약은 자본 동원 층위다. 유럽에 쌓인 기관의 장기 저축 자금을, 성장자금이 필요한 펀드 운용사와 스케일업 기업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자발적’이라는 말이 결정적인 이유
협약이 투자 기회의 가시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정책 협력을 촉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의 투자위원회에 실제 출자를 의무화하지는 않는다.
각 기관은 여전히 예상 수익률, 위험, 유동성, 수수료, 분산투자 효과, 적용되는 자본 규제 등을 다른 투자 대안과 비교해 판단한다. 따라서 성공 여부는 본질적으로 상업적 성과에 달려 있다.
정책 지원은 투자 가능한 통로와 더 큰 펀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유럽 VC·성장주 펀드와 이들이 지원하는 스케일업 기업이 경쟁력 있고 반복 가능한 위험조정 수익률을 보여줘야 후속 출자가 이어진다. 그렇게 된다면 더 깊은 자금시장과 더 큰 유럽 내 성장 투자 라운드가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반대로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참여 의향만으로 자금 공백을 메우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