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정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장기 국채 금리까지 수년 만의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G7의 재정 계산법이 달라지고 있다.
Fitch Ratings는 선진국 정부 부채가 2026년 말까지 4조2,000억 달러 증가해 사상 최대인 75조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GDP의 104%에 해당하는 규모로, 20년 전 26조 달러와 GDP 대비 68%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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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동시에 주요 G7 시장의 장기 차입 비용도 오랜 기간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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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부채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재무제표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국채가 만기를 맞을 때 정부는 더 높은 금리로 부채를 차환해야 한다. 여기에 재정적자가 계속되면 현재의 높은 금리로 신규 국채까지 발행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지출은 커지고, 정부가 다른 정책에 사용할 수 있는 여지는 좁아진다.
충격은 한 번에 오지 않는다…차환이 핵심 경로
금리 상승이 모든 국채에 즉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발행된 채권은 만기까지 기존 표면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값싼 부채가 비싼 부채로 교체된다. 재정적자가 지속되면 정부는 여기에 현재 시장금리로 신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고금리의 영향은 한 번에 터지는 충격이라기보다 서서히 누적되는 압박에 가깝다. 정부가 당장은 이자 부담을 흡수할 수 있어도 높은 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지출 축소, 증세, 공공투자 감소, 추가 차입 가운데 하나 이상을 선택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은 글로벌 기준금리이자 국채 공급의 중심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2026년 8월 4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로이터가 미 재무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17 이후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5%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재정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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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는 글로벌 채권 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은 워싱턴을 넘어 전 세계 차입 여건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부의 신규 국채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만기 위험,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재정적자와 공급 부담을 감수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다.
예산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나며 커진다. 매년 전체 부채의 일부만 차환되더라도 평균 조달금리가 상승하면 결국 정부 지출에서 이자 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재량적 정책에 투입할 자금은 줄어들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 한정된 재정 공간을 놓고 경쟁
영국은 장기 차입 비용이 재정 제약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0년물 영국 국채인 길트 금리는 8월 28일 5.78%로 보고됐고, 2026~2027 회계연도 순부채 이자 비용은 1,090억 파운드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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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2026년 부채 상환 비용은 약 590억 유로로 전망된다.
10 이자 비용이 정책을 자동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방·인프라·고령화 관련 지출·경기 지원이 같은 재정 여력을 놓고 경쟁할 때 정부의 선택 폭을 줄이는 것은 분명하다.
두 나라 모두 성장률과 세수가 정부 부채의 실질적인 조달 비용을 따라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렇지 못하면 부채 비율을 안정시키는 정책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더 어려워진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의 가장 면밀한 취약 지점
이탈리아는 높은 부채 부담, 제한적인 성장률, 지속적인 시장 접근 의존도가 겹쳐 있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이자 지급액이 2028년 정부 세입의 약 9%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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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경기 둔화나 새로운 충격에 대응할 여지가 줄어들고, 이탈리아 국채와 독일 국채 간 금리 차이인 스프레드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로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탈리아 부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면 유로존 은행,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 유로존 재정 체계에 대한 정치적 지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만으로 국가 위험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은 부채의 만기 구조, 평균 이자율, 명목성장률, 기초재정수지, 중기 재정계획의 신뢰도까지 함께 살핀다.
일본, 초저금리 시대와 결별하나
일본은 해외 채권 보유자에 더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과 위험 구조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러나 막대한 정부 부채를 안고 있는 만큼 금리 상승은 여전히 중요하다.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는 약 30년 만의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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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채권 수익률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되면 투자자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의 연기금과 금융기관이 해외 국채보다 국내 자산을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평가할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에 중요한 해외 수요원이 약해질 수 있다. 이것이 곧바로 세계적인 국채 매도세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 채권시장에 새로운 구조적 변수가 추가되는 셈이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지만 전파 경로에서는 벗어나지 못해
Scope Ratings가 비교한 G7 국가 가운데 독일과 캐나다는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웃돌지 않는 예외로 분류됐다.
43 이는 독일이 여러 G7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정 출발점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독일이 금리 상승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독일 국채인 분트는 유로존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한다. 따라서 독일 금리가 오르면 독일 자체의 부채 역학이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하더라도 통화동맹 전체의 자금 조달 여건이 긴축될 수 있다. 최근 독일을 포함한 유럽 주요국 국채 금리는 수년 만의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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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비용이 국방비와 정면으로 경쟁
Scope Ratings에 따르면 G7 국가 중 독일과 캐나다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섰다. 이자 비용은 국방비 대비 이탈리아 193%, 미국 121%, 영국 105%, 프랑스 103%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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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회계상의 비교를 넘어선다. 각국 정부는 국방, 인프라, 기후 투자, 고령화 대응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동시에 과거 위기 때 쌓인 부채도 상환해야 한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다시 빚을 내지 않고서는 모든 공약을 확대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정부는 낮은 세율, 지출 확대, 부채비율 안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재정적 딜레마에 놓인다.
기관투자가에게 국채는 다시 매력적이지만 ‘안전 자산’은 아니다
이번 시장 변화가 투자자에게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수년간 우량 국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매우 낮았던 상황에서 5%를 웃도는 수익률은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에게 예측 가능한 명목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장기 국채가 자동으로 저평가된 것은 아니다. 금리가 더 오르면 만기가 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 투자자들은 다음 요소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 인플레이션이 실질 수익률을 얼마나 잠식할지
- 시장이 소화해야 할 신규 국채 발행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 기간 프리미엄이 계속 상승할지
- 발행국의 재정 경로와 정책 신뢰도가 어떤지
- 재정 여건이 취약한 국가와 강한 국가 간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될 위험이 있는지
앞으로는 모든 선진국 국채를 비슷한 자산으로 취급하기보다 국가별 차별화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중기 재정계획이 신뢰할 만하고, 성장 기반이 탄탄하며, 국내 투자자 기반이 안정적이고, 차환 부담이 관리 가능한 국가는 비교적 원활한 시장 접근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부채가 많고 성장세가 약한 국가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종 시험대는 ‘성장률 대 실질적인 이자율’
결정적인 변수는 부채비율 하나가 아니다. 명목 경제성장률이 정부 부채의 실질적인 평균 이자율을 웃돌 수 있는지, 그리고 기초재정적자가 줄어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 조건이 유지되면 높은 금리는 비용이 큰 조정 과정으로 끝날 수 있다. 반대로 조건이 무너지면 차환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자 비용이 적자를 키우고, 커진 적자가 더 많은 국채 발행을 부르며, 늘어난 공급이 투자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만드는 구조다.
저금리 시대 이후 정부에는 재정적 자유가 줄어들고 있다. 투자자에게는 국채가 다시 의미 있는 소득원이 됐지만, G7 국채를 모두 똑같이 안전하다고 간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