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은근한 권유가 아니라 구조적 압박이다. 통상 연봉·승진·생존(특히 상대평가 환경에서)과 직결되는 성과 평가가 AI 수용도를 측정 가능한 핵심 역량으로 재설계되고 있다 . AI 도구 도입을 꺼리거나 뒤처지는 직원은 본업 성과와 무관하게 공식 인사 평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위험에 처한다.
AI가 성과 지표에 통합되는 움직임은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명시적으로 연결된 대규모 감원 물결과 맞물린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송금·결제 서비스 ‘캐시앱(Cash App)’의 모기업인 블록(Block)이다. AI 도구로 개발자 생산성이 40% 향상된 후 , 회사는 전체 직원의 약 40%인 4천 명가량을 정리해고했다. 1만 명 규모였던 조직을 6천 명 아래로 줄인 것이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은 AI 중심의 전략적 전환을 명분으로 인력의 12%인 약 180명을 감원했고
, 제미니(Gemini)는 2025년 5억 8,2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후 인력의 약 30%를 줄여 직원 수를 약 445명으로 축소했다
.
이는 더 광범위한 구조적 재편의 일부다. 기술 업계 전체에서 AI와 연계된 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전체 감원의 약 8%에서 2026년 초에는 약 20%로 급증했다. 이 시기 확정된 기술직 감원 45,000건 중 약 20%에 AI 도입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 AI 생산성 개선이 곧바로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축소로 귀결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AI 활용 능력은 이제 ‘생존 기술’이다. 성과 평가에 AI 도구 활용 숙련도가 지표로 포함되고, 비(非)사용 여부가 경영진에게 공개되는 대시보드로 추적되는 시대에, AI를 ‘굳이 안 쓰겠다’는 전략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
신입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AI는 핀테크의 5대 핵심 업무 흐름에서 실전 생산 단계에 진입했다. 예를 들어 고객확인의무(KYC) 문서 검토는 수동 대기열을 6080% 줄이고, 고객 지원 챗봇은 1차 응대의 7085%를 처리한다 . 문제는 이 업무들이 바로 신입 직원이 업계 지식을 쌓고 존재감을 증명하던 관문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업무가 대규모로 자동화되면서 신입에게 요구되는 초기 역량의 허들은 급격히 높아지고, 더 상위 직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 파이프라인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
오히려 불공정해질 위험을 품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생성형 AI가 기존 성과 평가의 비효율을 일부 개선할 수 있지만, 인간 관리자가 제공하는 신뢰와 미묘한 맥락 판단력을 상실할 경우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AI가 생성한 평가는 겉보기엔 매끄럽지만, 좋은 업무와 탁월한 업무를 가르는 질적 차이, 평소에는 성과가 좋은 직원이 특정 분기에 부진했던 이유 같은 정성적 요소를 놓칠 수 있다. 그런 평가가 보수와 고용 안정성에 직결될 때, 알고리즘이 가진 맹점의 파장은 훨씬 더 커진다.
인재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구조조정된 암호화폐·핀테크 인력은 컴플라이언스(규제준수), 블록체인 엔지니어링,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 등 기존 금융권에서 수요가 높은 전환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 더 큰 추세는 더 날렵하고 AI로 증강된 팀을 향하고 있다
. AI 전문성과 깊은 산업 지식을 겸비한 하이브리드형 인재가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반면, 기술 스택이 좁은 인력은 점점 더 큰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
지금 암호화폐·핀테크 현장에서 진행 중인 성과 평가 체제의 변혁은 단순히 평가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 생산성을 중심으로 고용 관계 자체를 재편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열리겠지만, 오로지 인간의 노동과 인간의 판단만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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