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부정의 중심이 쪽지나 휴대전화, 베낀 문장에서 벗어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와 AI가 결합하면 문제 촬영·전송 → 외부인 또는 AI의 해석 → 렌즈 화면이나 숨긴 이어피스를 통한 답 수신이라는 은밀한 흐름이 가능해진다. 부정행위의 상당 부분이 제출 답안 밖에서 이뤄지므로, 기존 표절 탐지로는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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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라졌나: ‘평범해 보이는’ 기기들
최근 보도와 사례에서 거론된 장비는 다양하다.
- AI 스마트 안경: 카메라·마이크·렌즈 디스플레이를 안경테에 결합한 기기다. 일반 안경처럼 보일 수 있으며, 문제를 촬영하거나 외부·AI가 만든 정보를 렌즈에 띄우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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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닉 카메라: 후드티 끈에 카메라를 숨기거나, 단추처럼 위장한 카메라로 시험지를 촬영하는 방식이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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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소형 이어피스: 시험장 밖 조력자가 전달하는 정보를 듣는 데 쓰일 수 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부정 의혹 수사에서는 쌀알 크기 이어피스와 대리응시 서비스가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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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응시: 신원 확인 절차가 뚫리거나 조작될 수 있는 시험에서는 여전히 별도의 부정 경로다. TOPIK 관련 보도에서도 은닉기기 방식과 유료 대리응시가 함께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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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기기 하나만으로 완성되는 범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험지에 물리적으로 접근한 뒤, 시험장 밖에서 문제를 해석할 사람 또는 AI와 연결하고 답을 다시 전달받는 구조가 부정 서비스의 핵심이다.
돈이 얽힌 부정 네트워크와 협박 위험
기술만이 문제가 아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홍콩의 중개자들이 캠퍼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접근하고, 작업이 다른 지역의 계약자에게 배정되는 해외 계약형 부정행위 네트워크를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는 갈취와 협박 의혹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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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움을 의뢰한 학생은 결제 기록, 대화 내용, 신분 정보, 부정행위 증거를 남길 수 있다. 운영자가 추가 금전을 요구하거나 폭로를 빌미로 압박할 여지가 생기는 이유다. 다만 이는 보도된 특정 상업 네트워크와 관련한 의혹이며, 특정 국가 출신 학생 전체나 모든 시험 부정 사례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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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현실이 된 국가별 사례
인도: AI 안경 사용 의혹에 1년 응시 금지
2026년 9월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인도 수라트의 경영학 학부(BBA) 1학년 학생이 시험에서 AI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1년간 응시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푸네에서는 공대생들이 시험 중 레이밴 메타 안경을 착용한 사례도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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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마트 안경 사례 뒤 시험 규정 개정
한국에서는 2026년 5~6월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 스마트 안경과 관련된 부정행위 사례가 최소 5건 적발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스마트 안경을 반입 금지 전자·통신기기 목록에 넣었고, 사례들이 규정 개정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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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EIC에서는 같은 해 5월 AI 스마트 안경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 응시자 2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됐다.
30 별도로 TOPIK 수사에서는 중국 연계가 의심되는 운영자·중개인, 대리응시자, 답을 전달하는 초소형 이어피스 등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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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제 공유가 ‘네트워크형 유출’로 번질 수 있는 구조
일본의 한 대학입시 관련 사건에서는 응시자가 카메라 장착 스마트 안경으로 문제를 촬영해 숨긴 휴대전화로 보내고, 소셜미디어에서 답을 구한 혐의가 보도됐다. 이 사건은 탐지 기술 보강과 시험 통제 강화 요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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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대 사례가 보여준 ‘유출의 확산성’
시드니대는 2026년 초소형 카메라로 시험 자료를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38 중국어권 매체 보도에 따르면 조사는 10개 과목으로 확대됐지만, 대학 측은 당시 광범위한 영향의 증거는 없으며 전면 재시험 대신 채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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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안의 위험은 한 응시자의 점수에 그치지 않는다. 시험지가 촬영돼 공유되면 다른 응시자에게 퍼지거나 유료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될 수 있다. 여러 평가의 공정성이 동시에 훼손되고, 장기간의 진상조사와 자격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드니대의 기존 규정도 금지 자료·기기의 시험장 반입, 시험 중 의사소통, 전자기기를 통한 시험 관련 정보 접근을 학업윤리 위반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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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적발이 더 어려운가
스마트 안경은 기존에는 휴대전화, 카메라, 화면처럼 별도로 드러났던 기능을 일반 안경 같은 형태에 합친다. AI 기능이 있는 모델은 촬영 뒤 글자나 이미지를 해석할 수 있어, 흐리거나 급하게 찍힌 문제 사진도 예전보다 쓸모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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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어피스와 은닉 카메라도 같은 난제를 만든다. 감독관이 화면이나 휴대전화를 보지 못하고, 답안지에서도 이상 징후를 찾지 못할 수 있다. 대신 안경테를 반복해서 만지는 행동, 비정상적 반사광이나 화면 빛, 전자음, 일반적인 풀이 과정과 맞지 않는 시선·행동 같은 미세한 신호가 단서가 된다. 한국의 사례에서는 안경에서 새어 나온 빛 또는 소리 때문에 기기가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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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는 ‘군비 경쟁’에 비유된다. 기기가 더 작고 일상적인 모습이 될수록, 눈에 띄는 물건 하나를 찾아내는 방식만으로는 시험 보안을 유지하기 어렵다.
대학과 시험기관의 대응
해법 하나로는 부족하다. 현재의 대응은 여러 안전장치를 겹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1. 웨어러블 기기 금지를 명확히 적기
시험기관들은 스마트 안경,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트래커, 무선 이어버드 등 기기를 금지 목록에 구체적으로 넣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스마트 안경을 금지기기에 추가했고, 중국의 대학과 당국도 연결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기기 제한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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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실 전부터 시험장을 통제하기
고위험 시험에서는 통제된 대면 시험장이 여전히 중요하다. 개인 전자기기 보관, 사전 안내, 반입 물품 확인, 의심 기기 발견 시의 문서화된 대응 절차가 대표적이다. 다만 정당한 접근성 지원이 필요한 응시자를 배려해야 하며, 일반 도수 안경 착용 자체를 의심의 근거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3. 외모가 아닌 행동을 관찰하도록 감독관 교육하기
감독관에게는 안경을 반복적으로 조작하는 행동, 렌즈의 빛, 비정상적인 주의 패턴 등 기기 관련 징후와 상급자 보고 절차에 관한 실무 교육이 필요하다. 공정한 절차도 중요하다. 관찰 내용은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감독관 한 명이 즉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구조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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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술적 탐지는 보조 수단으로 신중하게 쓰기
일부 기관은 금속탐지기, 전자파 탐지, 무선주파수(RF)·블루투스 모니터링을 추가 방어선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 대학들은 기존 금속탐지기에 더해 전자파 탐지기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43 다만 이런 장비가 모든 상황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기기가 자체적으로 작동하거나, 검색 때 꺼져 있거나, 탐지 신호를 내지 않도록 숨겨진 경우에는 한계가 있다.
5. 유출 문제의 ‘가치’ 자체를 낮추기
평가 설계 역시 보안 수단이다. 복수 버전의 시험지, 짧은 노출 시간, 실기 평가, 구술 확인, 개인별 추론 과제는 문제 하나가 유출됐을 때의 효용을 낮출 수 있다. 적절한 경우 이런 방식은 응시자가 답을 단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실제로 이해하고 적용하는지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핵심은 ‘기기 단속’만이 아니다
웨어러블 AI가 등장했다고 보안 시험이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시험 보안은 이제 휴대전화 반입과 서면 표절만으로 관리할 수 없다. 명확한 규정, 시험장 통제, 훈련된 감독 인력, 기술적 안전장치, 신속한 사고 대응, 평가 설계를 함께 갖춘 비례적·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
인도·한국·일본·호주의 사례는 이 문제가 가정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벌어지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가장 지속 가능한 대응은 시험의 공정성을 지키는 동시에, 적법 절차와 정당한 보조기술 이용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함께 보장하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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