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기업들이 일본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일본은 더 이상 미래적인 로봇을 전시하는 무대에 그치지 않는다. 인력 확보가 어려운 창고, 음식점, 공장, 공항 등의 업무에 기존 시설을 크게 바꾸지 않고 투입할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을 판매하는 시장이다.
기회는 분명하지만 진입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일본은 이미 산업용 로봇 공급업체와 시스템 통합업체, 유지보수 네트워크가 깊게 자리 잡은 대표적인 로봇 시장이다. 따라서 중국 기업의 승부처는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의 성능만이 아니다. 로봇 본체에 현지 통합, 현장 서비스, 안전 프로세스, 명확한 사업성을 묶은 ‘운영 솔루션’ 전체가 경쟁력이 된다.
중국의 생산 규모는 이미 무시하기 어렵다
블룸버그가 전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추산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약 1만3,000대였다. 이 가운데 중국 제조업체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아지봇은 5,168대를 출하한 것으로 추정돼 해당 집계에서 개별 기업 기준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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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는 자체 집계로 더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유니트리는 2025년 ‘순수’ 휴머노이드 로봇을 5,500대 이상 출하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바퀴형 로봇과 양팔 로봇을 제외한 것이다. 옴디아가 추정한 유니트리의 출하량은 이보다 낮았는데, 이는 로봇의 범주와 출하량 산정 방식에 따라 통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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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순위보다 중요한 결론은 따로 있다.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다만 출하량이 곧 기업의 대규모 상용 도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초기 물량 상당수는 연구, 교육, 시연, 알고리즘 개발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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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매력적인 시장인가
일본의 인구 구조 변화와 인력 부족은 자동화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잠재적인 적용 분야는 창고와 물류, 음식점, 소매점, 노인 돌봄과 가정 지원, 제조공장, 공항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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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또는 범용 로봇의 장점은 인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다는 데 있다. 기존의 문, 복도, 작업대와 동선을 활용할 수 있다면 시설 전체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 자동화 시스템보다 오래된 사업장에 적용하기 쉬울 수 있다.
공항은 눈에 띄는 사례다. 일본항공은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GMO AI & Robotics와 함께 수하물 적재와 객실 청소 등을 수행하는 로봇 실증에 들어갔다. 이 실증은 2026년 5월 시작하는 2년간의 프로그램으로 설명됐으며, 즉시 영구 배치가 이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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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는 중요하다. 일본의 인력 부족은 로봇을 시험할 이유를 제공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성과 일관된 작업 수행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로봇 강국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이 진입하는 일본 시장은 로봇의 불모지가 아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024년 산업용 로봇 4만4,500대가 설치됐고,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 누적 대수는 45만500대에 달했다. 설치 대수 기준으로 일본은 세계 2위 산업용 로봇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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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낙(Fanuc), 야스카와전기(Yaskawa), 가와사키중공업(Kawasaki), 나치(Nachi) 같은 일본 기업들은 제조업체와 시스템 통합업체, 서비스 사업자와 오랜 거래 관계를 구축해 왔다. 일본에는 산업용 로봇과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폭넓은 국내 제조 기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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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미 구축된 생태계는 경쟁의 성격을 바꾼다. 중국산 휴머노이드가 유연성,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인간 중심 공간에서의 작업 능력으로 관심을 끌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 구매 과정에서는 수십 년간 발전해 온 일본의 조달·안전·정비 체계에 들어맞아야 한다.
따라서 경쟁 구도는 단순히 ‘중국 로봇 대 일본 로봇’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범용 자동화 로봇은 검증된 로봇 팔, 컨베이어, 전용 장비, 그리고 여전히 사람이 처리하는 업무와 함께 비교·평가될 것이다.
일본 진입의 핵심은 현지 파트너십
일본 시장에 들어가는 가장 분명한 경로는 현지 사정을 잘 알고 판매 이후의 책임까지 질 수 있는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다.
GMO AI & Robotics는 2026년 6월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일본 공식 대리점이 됐다. 계약에는 판매뿐 아니라 도입 지원과 보안 통신이 포함됐다.
44 관련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 유지보수, 운영 지원도 협력 범위에 들어가며, GMO는 고객이 로봇을 구매하지 않고도 성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개념검증(PoC) 목적의 임대 시험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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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수입하는 것과는 다르다. 현지 파트너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다.
- 일본어 고객 지원과 교육
- 현장 조사와 설치
- 업무 흐름 및 소프트웨어 맞춤화
- 네트워크와 보안 요건 대응
- 부품 공급, 수리, 예방 정비
- 전면 도입 전 파일럿 프로그램 운영
- 도입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 있는 대응
휴머노이드 이외의 사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갈봇은 소매점과 물류 현장을 겨냥한 G1과 S1 로봇을 소개했으며, 중국 내 100곳 이상의 매장에 도입됐다고 밝혔다. 중국 로봇 기업 두봇은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아스카와 판매·정비 협력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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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논은 일본에서 서비스 로봇 지원 체계를 확대했다. 중국 관영 매체 인민일보에 따르면 키논은 일본 내 서비스 현장 200곳 이상을 확보했으며, 일반적인 고장은 2시간 이내 대응하고 24시간 이내 수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54 이 사례들은 유통망과 사후 서비스가 부수적인 조건이 아니라 판매되는 제품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객이 사는 것은 휴머노이드의 ‘모양’이 아니라 업무 성과다
창고에 배치된 로봇은 창고관리시스템, 승강기, 문, 운반 카트, 안전 규정과 연동돼야 할 수 있다. 음식점에서는 좁은 통로와 직원들의 동선, 고객 경험에 맞아야 한다. 공장에서는 생산 셀, 검사 기준, 기존 자동화 설비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결국 핵심적인 상업화 시험대는 통합이다. 구매자는 다음을 확인하려 할 것이다.
- 어떤 업무를 자동화하는가? 수하물 운반, 자재 이송, 음식 서빙, 부품 취급은 각각 요구 조건이 다르다.
-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가? 시연 영상과 여러 교대조에 걸친 지속적인 가동률은 전혀 다른 문제다.
- 누가 유지보수하는가? 장시간 가동 중단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에는 해외 제조사의 원격 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 기존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로봇은 고객사의 물리적 환경과 디지털 환경 모두에 맞아야 한다.
- 투자 효과는 무엇인가? 인건비 절감, 처리량 증가, 안전성 개선 또는 서비스 역량 확대를 수치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낮은 하드웨어 가격만으로 최종 승자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값싼 로봇이라도 현장 개조에 많은 비용이 들고, 전문 엔지니어가 필요하며, 교체 부품 공급이 늦다면 전체 도입 비용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관심이 높아도 도입 속도는 느릴 수 있다
기업용 로봇 구매에는 일반적으로 파일럿 테스트, 현장 맞춤화, 안전성 검증, 내부 승인, 투자수익률 입증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와 종합상사, 시스템 통합업체가 판매 과정에 관여할 수 있어 절차가 더 체계적이고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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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대리점 계약, 전시회 공개, 단일 사업장의 실증만으로 대규모 도입이 시작됐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는 시장에 진입할 경로가 열렸다는 뜻이지, 기술이 광범위한 현장 배치 단계에 도달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중국 업체들은 현지 엔지니어링 역량, 장기적인 자금 조달, 고객사의 지속적인 참여를 확보해야 한다. 운영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바로 결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임대나 시험 도입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GMO가 보도된 것처럼 개념검증용 로봇 임대 모델을 운영하는 것은 그 과정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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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봇 시장 전망은 크지만, 수치는 같은 기준이 아니다
시장 전망은 서비스 로봇과 인공지능 기반 로봇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가리키지만, 조사기관별 수치는 시장 정의가 달라 서로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마켓앤마켓츠의 한 추산에 따르면 일본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24년 36억3,000만 달러에서 2029년 85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성장률은 18.5%다.
34 별도의 추산은 일본 지능형 로봇 시장을 2025년 14억 달러, 2030년 54억2,000만 달러로 평가하며 연평균 31.0%의 성장을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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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를 합산하거나 휴머노이드 시장의 정확한 전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범주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에는 두 가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나는 규모가 크고 성숙한 산업용 로봇 기반이며, 다른 하나는 서비스 로봇과 보다 유연한 자동화에 대한 성장하는 수요다.
중국 로봇 기업이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
중국의 강점은 휴머노이드 생산량, 제품 다양성, 가격 대비 성능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의 강점은 산업용 로봇의 방대한 설치 기반, 고객 관계, 엔지니어링 기준, 서비스 인프라에 있다.
이 조합은 일본을 매력적이면서도 까다로운 시장으로 만든다. 중국 기업들은 일본의 인력 부족을 발판으로 시장의 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성공 가능성이 큰 기업은 일본의 유통·통합·서비스 네트워크 안에 깊숙이 자리 잡는 곳이다.
일본 시장의 승자는 단순히 로봇을 가장 많이 출하하는 기업이 아닐 것이다. 실제 업무에 로봇을 연결하고, 현장에서 계속 작동하게 하며, 고객사가 내부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투자 효과를 입증하는 기업이 최종 경쟁에서 앞설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