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만 오르는 게 아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의류의 주재료인 폴리에스터(Polyester)와 아크릴(Acrylic) 같은 화학 섬유 가격도 10% 이상 동반 상승했다. 이는 이미 미국의 관세와 중국 내수 경기 침체로 압박받고 있던 의류 제조사들의 마진을 더욱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 일부 공급업체들은 하루에 한두 번씩 가격을 조정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
항공유 가격 상승과 동일한 경제적 압박은 이번에는 수요 측면을 강타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의 핵심 고객층인 저소득층 서방 소비자들이 전쟁발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자 충동적으로 저가 상품을 ‘지르는’ 소비를 대폭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 초저가 충동 구매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직 막대한 주문량이 뒷받침될 때만 성립한다. 이 물량이 꺾이는 순간,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구조다.
가장 치명적이고 구조적인 위협은 브뤼셀에서 날아왔다. 유럽연합은 2026년 7월 1일부터 EU 역내로 들어오는 모든 저가 소포(150유로 미만)에 대해 건당 3유로(약 4,500원)의 정액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그동안 쉬인과 테무가 무관세로 물건을 보낼 수 있게 해준 이른바 ‘최소 기준(de minimis) 면세 특권’을 완전히 폐기하는 조치다 . EU는 이들 플랫폼이 보내는 수십억 개의 소형 패키지로 인해 연간 약 10억 유로(약 1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관세 수입을 놓치고 있다고 추산해 왔다 .
건당 3유로의 관세 폭탄은 시작에 불과하다. 2026년 11월부터는 여기에 더해 물류 처리 수수료(handling fee)가 추가로 부과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EU 집행위원회 내에서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이다 .
사실 금전적 부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법적 책임의 대전환이다. EU의 잠정 합의된 관세 개혁안에 따르면, EU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배송하는 온라인 플랫폼 자체가 ‘수입자(importer)’로 간주된다. 이는 곧 기업들이 관세 납부, 부가가치세(VAT) 준수는 물론, 제품 안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법적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 EU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기업에는 직전 12개월간 EU 내 총매출의 1%에서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 프랑스 릴(Lille)에는 2028년까지 전자상거래 화물을 전담 처리할 새로운 EU 관세청(EU Customs Authority)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
이 삼중고를 돌파하기 위한 쉬인의 해법은 단순하고도 과감하다. 유럽 소비자 바로 곁에 ‘물리적 기지’를 짓는 것이다. 쉬인은 글로벌 물류 부동산 기업 GLP가 개발한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ław) 인근의 74만 제곱미터(약 22만 평) 규모의 초대형 물류 센터를 공식 가동했다 . 이곳은 명실상부한 쉬인의 유럽 작전 본부가 될 예정이며, 이번 투자로 인해 쉬인이 폴란드 내에서 창출할 총 일자리는 최소 5,000개에 달하게 된다 .
이 물류 기지의 내부는 대량 주문 처리를 위한 로봇 피킹 시스템과 자동화 분류 라인으로 무장한 첨단 시설이다 . 전략적 의도는 명확하다. 폴란드에서 유럽 전역으로 육로 배송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변덕스러운 항공유 가격 변동에 휘둘릴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중국에서 띄우는 항공 화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은 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핵심적인 의미를 갖는다. 상품을 대량으로 유럽 창고까지 먼저 들여와 컨테이너 단위로 통관 절차를 마친 후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방식은, 개별 소포마다 3유로의 관세를 물어야 하고 플랫폼이 수입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까지 져야 하는 ‘중국발 개별 직송’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중국 플랫폼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테무 역시 유럽 내 배송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 ‘중국 직송’이라는 구호만으로 승부하던 시대가 업계 전반에서 막을 내리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폴란드가 물류 기지로 낙점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유럽 대륙 한복판에 자리한 폴란드는 서유럽과 동유럽을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다. 이미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규제 강화 속에서 폴란드는 물류 투자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해 왔다 . EU의 관세 규정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항공 화물 운송비가 높게 유지되는 한, 쉬인의 행보를 따라 지역 거점 창고와 육상 운송 중심으로 전환하는 플랫폼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