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자금이 단순히 현금화된 것은 아니다. 주요 자산이 고전하는 동안, HYPE ETF 상품은 5월 20일 하루에만 2,546만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하며 일일 최고 기록을 세웠다 . 소소밸류(SoSoValue) 데이터 기준 5월 말까지 HYPE ETF 누적 순유입액은 5,800만 달러를 넘어섰다
. 코인엑스 리서치(CoinEx Research)의 분석가들은 이러한 패턴을 ‘자금 회전’으로 설명한다. 즉,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핵심 베타 자산 비중을 줄이고, 솔라나·XRP·HYPE 관련 상품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
이러한 자금 회전의 배경에는 온체인 무기한 선물 시장을 지배하는 하이퍼리퀴드의 위상이 있다. 이 플랫폼은 최근 30일 동안 누적 1,800억 달러 이상의 거래량을 처리했으며, 초당 수만 건의 주문 처리량과 1초 미만의 완결성을 제공한다 . 2025년 상반기까지 하이퍼리퀴드는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플랫폼 전체 거래량의 약 56%를 차지했고, 주간 평균 거래량은 470억 달러, 사상 최고치는 780억 달러를 넘어섰다
.
팰컨엑스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기자본 거래 데스크(prop desk)는 점점 하이퍼리퀴드를 파생상품의 주요 유동성 허브로 간주하고 있다 . 이 플랫폼의 레이어 1 아키텍처는 경쟁 블록체인이 따라잡기 어려운 낮은 지연 시간과 높은 처리량을 제공하며, 고빈도 트레이더들에게 실행 품질이 최우선인 환경에서 구조적 우위를 제공한다.
HYPE가 대부분의 암호화폐 자산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내재된 수요 압력이다. 하이퍼리퀴드는 프로토콜 거래 수수료의 약 97%를 ‘지원 기금(Assistance Fund)’이라는 온체인 메커니즘으로 보내, HYPE 토큰을 지속적이고 자동으로 시장에서 매수한다 .
2026년 5월까지 누적 매수 규모는 13억 달러(한화 약 1조 7천억 원)를 넘어섰으며, 하루 약 100만 달러 규모로 연환산 시가총액의 약 7%에 달하는 속도로 매수가 진행 중이다 . 정점 당시 지원 기금은 약 2,850만 개의 HYPE 토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가액은 약 15억 달러에 달했다
. 이론적인 수치가 아니다. 분기별 매수 금액을 보면 2025년 3분기 3억 1,676만 달러, 4분기 2억 5,505만 달러, 2026년 1분기 1억 9,225만 달러가 집행됐다
.
이 메커니즘은 대형 프로토콜들의 자사 매입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독보적이다. 2025년 10월까지 하이퍼리퀴드는 이미 1,526만 개의 HYPE를 재매입해 유통량의 5.64%를 상쇄했다 . 2025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HYPE는 2025년 한 해 암호화폐 업계 전체 자사 매수 활동의 46%를 차지했으며, 월평균 매수 금액은 6,550만 달러, 2025년 8월에는 최대 1억 1,062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
이른바 ‘플라이휠 효과(선순환 구조)’는 간단하다.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가 발생하고, 그 수수료가 더 많은 토큰 매수로 이어져 유통량 감소가 토큰 가격을 지지한다. 이는 전적으로 투자자 수요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ETF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자체 강화 사이클이다 .
이러한 자금 회전은 단순한 시장 트렌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구축된 기관 인프라 덕분에 가능했다. 팰컨엑스는 2025년 9월, HYPE 커스터디(수탁)와 스테이킹 서비스를 출시하여 기관 고객들이 팰컨엑스 계정에서 직접 HYPE을 스테이킹할 수 있게 했다 . 검증인 인프라 제공업체 코러스 원(Chorus One)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관급 검증인을 통해 183만 개 이상의 HYPE(1억 달러 이상)가 스테이킹됐다
.
이후 팰컨엑스는 하이퍼리퀴드에서 최대 5배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마진 파이낸싱을 출시했으며 ,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HYPE에 대한 24시간 장외 암호화폐 옵션 데스크도 개설했다
. 이러한 인프라 하나하나가 헤지펀드와 패밀리 오피스가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소에 자금을 배분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장벽을 제거하며, 기관의 선순환 구조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일방적으로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분기별 매수 금액은 2025년 3분기 3억 1,676만 달러에서 2026년 1분기 1억 9,225만 달러로, 두 분기 만에 약 40% 감소했다. 이는 토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에도 발생한 현상이다 . 가격 상승 속도가 수수료 발생 속도를 앞지르면서, 토큰 개수 기준 매수 효과는 다소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구조적인 매도 압력(오버행)도 존재한다. 2025년 11월 29일, 하이퍼리퀴드는 첫 대규모 토큰 언락을 맞아 핵심 기여자들에게 992만 개의 토큰이 해제됐으며, 이후 24개월 동안 매월 약 990만 개씩 추가 해제될 예정이다. 이는 유통량의 월 3.6%에 해당하며, 당시 가격 기준으로 월 3억 8천만~4억 7천만 달러 규모의 잠재적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또한 일부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단순한 자산 간 로테이션으로 보는 데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2026년 3월 비트코인·이더리움 ETF 동반 자금 유출 당시에는 ‘자금 회전’이 아닌 광범위한 위험 회피 심리로 분석되기도 했다 . 현재의 흐름은 좀 더 실질적인 변화일 수 있지만, 단일 지표만으로 확정적인 판단을 내리긴 어렵다.
팰컨엑스의 조슈아 림은 이를 기관 자본이 HYPE으로 ‘회전’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지, 단순히 특정 알트코인에 투기적 베팅을 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이 이야기는 밈 중심의 광풍이 아니라, 프라임 브로커와 ETF 운용사, 검증인 인프라 제공업체들이 진지한 자본이 온체인 파생상품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관을 깔고 있다는 이야기다. ETF가 기관 암호화폐 투자의 문을 열었다면, 다음 단계의 자금 배분은 자체 수익 흐름과 자동화된 매수 압력, 플랫폼 지배력을 갖춘 자산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