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확장에는 반도체만 필요한 게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력과 전력망 연결, 통신 인프라에도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다. 기업과 정부가 동시에 자금을 조달하려 하면 투자자들의 자금을 두고 경쟁하게 되고, 차입 비용이 오르거나 정부 예산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다. 2026년 10월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AI 투자 수요가 금리를 더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생산성 향상이 충분히 나타나기 전일 수도 있다는 점이 변수다.
17
이는 주의해야 할 위험이지, 금리가 반드시 오르거나 AI 열풍이 무너진다는 예측은 아니다. 정책 당국은 자금 수요 충격에 대응하는 한편, 높은 부채와 오르는 채권 수익률, AI 관련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6
4
AI 투자는 왜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을까
AI 인프라 구축에는 컴퓨팅 장비와 데이터센터, 전력, 통신망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가 비슷한 시기에 자금을 구하면 투자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생길 수 있다. 그 결과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정부가 다른 정책에 쓸 수 있는 예산은 줄어들 수 있다.
17
투자 시점도 중요하다. 인프라가 실제로 가동돼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내기 전에 투자와 자금 조달 수요가 먼저 커질 수 있다. 투자 지출이 경기와 물가를 밀어 올리는 동안, 장차 공급 능력을 얼마나 높일지는 아직 불확실한 시기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17
34
이런 우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기됐던 문제와 초점이 다르다. 당시에는 수요 부진과 저축 과잉이 성장과 물가를 억누를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면, 지금은 여러 투자처가 자금을 놓고 경쟁해 자본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가 균형을 이룰 때의 금리 수준을 뜻하는 중립금리, 즉 R-star도 자본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면 오를 수 있다. 다만 추정치는 불확실하며, 현재 보도만으로는 R-star가 얼마나, 얼마나 오래 상승할지 단정할 수 없다.
17
37
자금 수요가 늘어도 기준금리 인상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장기간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의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해서, 곧바로 정책금리를 올리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케빈 워시는 AI를 경제적 충격이라고 표현하고 물가 안정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10월 금리 인상이 시급하다는 신호는 보내지 않았다.
2 영란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휴 필도 시장이 향후 1년간 네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데 의문을 나타냈다.
28 이는 금리 경로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뜻이지, 인상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물가 대응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위험한 2차 파급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18 이후에는 채권 수익률 상승이 이미 금융 여건을 긴축해 성장을 제약하고, 궁극적으로 물가 압력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20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즉시 올리지 않더라도 시장 움직임만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부담이 큰 채권시장에 더해지는 AI 차입
IMF는 시장이 지금까지 잘 버텼다는 사실을 안전의 증거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AI 관련 매도세와 정부채 수익률 상승 등이 위험 요인으로 거론됐다.
4
6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기업과 채권을 발행하는 정부가 상당 부분 같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의 배경이다.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도 나왔다. 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인 하이퍼스케일러가 전 세계 투자등급 채권 발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 미만에서 10%로 늘었다고 보도됐다.
13 이 수치는 이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중이 커졌음을 보여주지만, 기업 차입이 정부채를 밀어내고 있다거나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까지 입증하지는 않는다. IMF가 경고한 것은 공공부채와 물가, AI 기업의 차입 등 여러 압력이 겹치면 채권시장의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6
12
프랑스는 수익률 상승의 부담을 보여주는 사례다. 10월 초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도됐으며,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19 라가르드는 이후 세계적인 채권 매도세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졌고, 부채가 많은 프랑스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20 이미 공공부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차환 비용까지 오르면 정부가 재정으로 대응할 여지는 줄어들 수 있다.
17
22
인프라 구축과 실적이 AI 투자 열풍의 시험대
금융 위험의 크기는 기대했던 수익이 투자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IMF는 AI 투자와 수익이 약해지거나 지속성이 떨어질 경우 AI 관련 주식과 채권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8 이는 가능한 위험 경로이지, 위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증거는 아니다.
실물 인프라의 제약도 관찰할 지점이다. 로이터는 오라클이 뉴멕시코주의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지연 가능성을 이유로 불가항력(force majeure) 통지를 보냈으며, 프로젝트가 최대 1년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46 별도로 모건스탠리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9월 AI 관련 채권 발행은 230억 달러로, 전월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까지 줄었다. 한 달간의 감소는 자금 조달 여건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지만, 전체 투자 열풍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48
핵심은 AI가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반면 생산성 향상은 아직 불확실해, 차입 비용과 채권시장 위험이 당분간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금리가 지속적으로 더 높아질지, 시장 조정이 더 깊어질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이미 정해진 결론은 아니다.
17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