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빠르게 성장해도 일자리가 같은 속도로 늘지는 않을 수 있다. 세계적인 AI 설비 투자로 싱가포르의 생산과 무역이 확대되는 한편, 기업은 AI를 활용해 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용 증가가 더딘 성장’**은 경계할 만한 가능성이다. 다만 현재 지표만으로 싱가포르에 전반적인 고용 침체가 왔다거나, 감원 증가의 원인이 AI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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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전망과 채용 지표 사이의 간격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2026년 9월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2026년 GDP 성장률을 5.0%**로 예상했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의 공식 전망은 **4.5~5.5%**다. 둘 다 연간 실적이 아니라 전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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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지표는 엇갈린다. 2026년 2분기 전체 고용은 1만 1,400명 늘어 19분기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거주자 고용 증가 폭은 1분기 5,400명에서 2,200명으로 줄었고, 비거주자 고용은 2분기에 9,200명 늘었다. 감원 규모는 3,830명에서 4,620명으로 증가했고 구인 공석은 6만 8,600개로 줄었다. 그럼에도 6월 전체 실업률은 1.9%, 거주자 실업률은 **2.9%**로 낮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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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살펴야 할 것은 ‘일자리가 사라졌는가’만이 아니라 성장에 비해 어떤 일자리가 얼마나 생기고 있는가다. 싱가포르 인력부는 감원 증가에 AI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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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어떻게 성장과 채용을 갈라놓나
첫 번째 경로는 AI를 위한 투자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세계적 지출이 늘면 관련 공급망에 속한 싱가포르의 전자·정밀공학 제조업과 도매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는 생산과 교역을 끌어올리지만, 거주자 채용을 비슷한 비율로 늘린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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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 팀이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고객을 상대하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생산은 늘어도 신규 채용은 제한될 수 있다. 반복적인 초급 업무가 줄면 신입 직원이 실무를 배우는 통로도 좁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초급 직무가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과거의 기술처럼 AI도 일부 업무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업무를 만들 수 있으며, 현재 지표만으로 어느 효과가 더 클지 결론 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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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노동자가 받는 영향은 같지 않다
AI에 투자하고 직무를 재설계할 여력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 AI 결과물을 활용·검증할 전문성을 갖춘 노동자에게는 기회가 생기는 반면, 다른 노동자는 채용 문턱이 높아지거나 임금 협상력이 약해질 위험이 있다. 생산성 향상의 몫이 임금과 경력 발전보다 기업 소유주에게 주로 돌아간다면 GDP가 늘어도 보통 노동자가 체감하는 개선은 제한될 수 있다. 이는 검증해야 할 위험이지, 이미 싱가포르 경제 전반에서 확인된 결과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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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대응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DBS는 2026년 경영 연수, 인턴십, 수습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지 청년 500명 이상을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인원을 모두 정규직 채용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별도로 금융기관 23곳은 2028년까지 싱가포르 내 직원 8만 명 이상에게 핵심 AI 역량 교육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런 계획의 성과는 교육 이수 인원뿐 아니라 안정적인 직무와 보수, 경력 발전으로 이어지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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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A가 인용한 조사에서는 AI를 도입한 싱가포르 기업 중 6.2%가 인원 감소, 8.5%가 채용 활동 감소를 보고했다. 다른 많은 기업은 직무 재설계, AI 관련 직무 신설, 인력 재배치 등을 보고했다. AI 도입이 곧 하나의 고용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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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성과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려면
기업은 일상 업무를 자동화하더라도 신입 직원이 감독 아래 실무를 익힐 기회를 남겨둘 수 있다. 확보한 여력을 단순한 인원 감축 대신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 개척에 투입할 수도 있다. 노동자에게는 AI 도구 사용법에 더해 분야별 지식과 결과물을 판단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정부의 재교육·전직 지원 역시 수료증 발급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인 자리, 현장 경험, 일자리 연결과 맞닿아야 한다. 싱가포르 정부도 생산성 향상을 재교육, 직무 재설계, 고용 기회와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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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확인할 지표는 GDP와 교육 참여 인원만이 아니다. 거주자 채용, 초급 일자리, 감원 뒤 재취업, 임금과 경력 발전을 함께 봐야 AI 주도 성장이 싱가포르 노동자에게도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는지 알 수 있다. 지금 필요한 태도는 안심하거나 ‘고용 없는 성장’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으로 진입하는 길이 좁아지기 전에 그 변화를 추적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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