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특정 모델 하나가 막힌 데 그치지 않는다. 중국향으로 성능을 조정해 내놓은 제품도 새 허가 규칙이나 성능 기준에 따라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점이 엔비디아에는 더 큰 불확실성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현 세대 Blackwell GPU를 기반으로 한 중국향 맞춤형 버전의 미국 수출 허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판매 가능 여부는 미국의 수출 통제 결정에 달려 있다.
젠슨 황의 논점도 단순히 ‘칩을 덜 팔게 됐다’는 불만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미국이 세계 AI가 미국 기술 위에서 구축되기를 원한다면, 세계가 의존할 수 있는 미국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엔비디아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면 중국의 많은 AI 개발자가 미국 기술을 쓸 기회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중국이 엔비디아의 전부는 아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시장이다. 엔비디아의 2025회계연도 중국 본토 및 홍콩 매출은 171억 달러였고 전체 매출의 13.1%를 차지했다. 그런데 회사는 주주 대상 전망에서 중국 사업을 0으로 가정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어떤 진전이 생기더라도 추가 성과로 보는 입장이다.
더 큰 위험은 생태계다.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GPU 한 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칩, 네트워크, 서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맞물린 통합 시스템에서 나온다. 중국 고객이 엔비디아 AI 칩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없다면, 대체 하드웨어와 대체 소프트웨어 스택, 대체 공급망을 더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젠슨 황이 우려하는 대목도 중국 AI 개발자들이 미국 기술 기반에서 멀어질 가능성이다.
그래서 ‘95%에서 0%’는 정책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의 첨단 칩 접근을 막는 동시에, 중국 고객과 개발자를 엔비디아 및 미국 기술 생태계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경고다.
가장 직접적인 잠재 수혜자로 거론되는 곳은 화웨이다. 보도에 따르면 젠슨 황의 발언은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제품을 팔지 못하면 그 시장을 화웨이 등 중국 경쟁사가 차지할 것이라는 기존 판단과 맞닿아 있다.
화웨이 어센드(Ascend), 캠브리콘(Cambricon) 등 중국 업체들이 고성능 연산 수요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또 Bernstein Research는 2026년 중국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이 8%로 낮아지고, 화웨이가 50%, AMD가 12%, 캠브리콘이 3위권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망이지 이미 확정된 시장 결과는 아니다.
그렇다고 엔비디아를 대체하는 일이 ‘카드만 바꿔 꽂는’ 수준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엔비디아의 강점이 칩부터 네트워크, 서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통합에 있다면, 중국 업체들도 제품 공급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 개발자 이전, 대규모 클러스터 안정성까지 함께 증명해야 한다.
중국 고객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구매 기준이다. 고성능 엔비디아 GPU의 합법적 공급이 불안정해질수록, 중국 클라우드 사업자와 AI 기업은 중국산 또는 비미국계 대안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경쟁의 초점도 ‘누구의 단일 칩 성능이 가장 강한가’에서 ‘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가’로 옮겨간다. 학습 프레임워크, 연산자 지원, 추론 배포, 클러스터 연결, 운영 체계, 모델 최적화가 모두 대체 과정의 일부가 된다. 단기적으로는 이전과 적응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실제 주문과 실제 현장이 중국 AI 칩 업체에 더 많은 반복 개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젠슨 황의 ‘95%에서 0%’는 엄밀한 설치량 통계라기보다 미국 수출 통제 아래 엔비디아의 중국 고성능 AI 칩 사업 가시성이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압축적 표현이다. 엔비디아에는 단기적으로 중국 매출 전망이 낮아지는 문제이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AI 생태계의 입구를 잃을 수 있는 문제다. 화웨이와 다른 중국 AI 칩 업체에는 분명한 수요 창구가 열리지만, 그것이 곧바로 완전한 대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중국 시장 전체로 보면 AI 반도체 자립화는 더 빨라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이전과 시스템 재구축 비용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