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레드불의 도전은 거대한 모험이나 다름없다. 경쟁자들이 엔진 개발에 몰두할 때 레드불은 공장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호지킨슨은 팀이 “출발선 뒤에서 시작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가진 인력과 시설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 그의 기술팀이 시즌 론칭 행사 대신 공장 시뮬레이션을 선택했을 정도로, 약 4년 만에 700명을 고용한 이 조직은 완전한 전쟁 모드에 돌입해 있다
. 캐나다 포디움에도 불구하고 레드불 내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넘어야 할 산은 거대하며, 이제 겨우 베이스캠프에 도달했을 뿐이다.
모나코 GP를 앞둔 막스 페르스타펀은 농담 섞인 말투로 깊은 우려를 전했다. 캐나다 GP 내내 그를 괴롭혔던 바운싱 현상과 연석 위에서의 형편없는 승차감을 두고, 모나코의 좁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견디려면 “새 허리를 하나 주문해야 할” 거라며 검은 유머를 던진 것이다 .
하지만 이 농담 이면에는 심각한 퍼포먼스 위기가 자리한다. 페르스타펀은 RB22가 범프(노면 요철) 구간에서 “정말 까다롭다(really tricky)”고 표현했고, 연석을 칠 때마다 “랩 타임을 왕창 까먹는다(lost a lot of lap time)”고 토로했다 . 심지어 차량이 바닥을 긁을 때는 페달에서 발이 “붕 떠버렸다(flying off the pedals)”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이는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 페르스타펀은 레드불이 역사적으로 범프와 연석에 약했지만, 2026년형 머신은 그 문제를 극단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팀 대표 로랑 메키스(Laurent Mekies)는 바운싱을 잡을 확실한 해결책 자체는 존재하지만, 그 방법을 쓰면 랩 타임을 크게 희생해야 한다며 섣부른 임시방편은 거부한다고 못 박았다
.
좁은 공간에 요철이 심하고 악명 높은 연석으로 가득한 모나코는 유순하고 댐핑이 잘 잡힌 머신을 요구한다. 페르스타펀조차 주말이 시작되면 “차가 어떤 느낌일지 전혀 모르겠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순수 페이스 측면에서 선두권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느끼면서도, 모나코만의 특수한 도전 과제는 모든 진전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 레드불이 성능을 죽이지 않으면서 바운싱을 억제할 세팅 묘안을 찾지 못한다면, 페르스타펀은 육체적으로 녹초가 된 채 캐나다 포디움의 영광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2026년 레드불의 엇갈린 시즌 초반을 관통하는, 가장 덜 주목받은 스토리는 바로 ADUO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ADUO는 추가 개발 및 업그레이드 기회(Additional Development and Upgrade Opportunities) 의 약자로, 신생 엔진 프로그램이 성능 격차를 좁히기 위해 꼭 필요한 규제적 메커니즘이다 .
이 시스템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왜 레드불 포드에게 절실한지 낱낱이 파헤쳐 본다.
ADUO는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균형 성능(Balance of Performance, BoP)' 시스템이 아니다. 뒤처진 제조사에 연료 유량을 더 주거나 무게추(밸러스트)를 달아주는 직접적인 성능 개입이 아니라, 2026~2030년 파워 유닛 규정에 내재된 ‘비용 상한제 구제 및 개발 유연성’ 장치다 . 즉, 특정 파워 유닛 제조사의 내연기관(ICE)이 기준 성능에 한참 못 미친다고 판단될 때, 표준 예산 상한선을 깨지 않으면서도 돈을 더 써서 따라잡을 수 있도록 금전적 여유와 규제적 허가를 주는 것이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은 매 시즌 6차, 12차, 18차 레이스 직후에 각 제조사의 ICE 성능을 평가해 ‘ICE 성능 지수’를 산출한다 . 이 지수가 최고 성능 엔진(벤치마크, 2026년 현재는 메르세데스로 추정)보다 2% 이상 뒤처질 경우 ADUO 혜택이 주어진다
.
뒤처진 정도에 따라 제공되는 혜택의 폭이 달라지는 구조다.
ADUO가 발동되면 제조사는 다음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데뷔 시즌을 치르는 신생 파워 유닛 제조사인 레드불 포드 파워트레인은 초반 몇몇 레이스에서 메르세데스 벤치마크보다 2% 이상 뒤처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6차전 이후 첫 모니터링 시점에 ADUO 혜택을 받을 가장 강력한 후보다 .
이것이야말로 벤 호지킨슨의 엔지니어링 팀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제도적 숨통이다. PU 비용 상한제를 초과해 예산을 더 투입할 수 있고, 다이나모미터를 더 오래 돌릴 수 있으며, 원래는 완전히 봉인되었을 ICE 업그레이드를 시즌 중에도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시스템은 현재 레드불이 가진 적자(Deficit)를, 구조화된 기회로 바꿔놓는 셈이다. 비용 한도와 개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고, 남은 시즌 동안 경쟁자와의 격차를 한 호흡씩 좁혀갈 추가 활주로를 제공받는 것이다. 즉각적인 해결책은 아니며 경쟁력을 장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고작 5년 된 프로젝트가 수십 년의 하이브리드 데이터를 가진 제조사들과 싸우려면, ADUO는 경주마다 격차를 조금씩 메워줄 수 있는 결정적인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2026년 레드불의 시즌은 서로 얽힌 두 개의 전쟁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신생 엔진 팀이 막대한 격차를 좁혀야 하는 장기적인 파워트레인 전쟁이며, ADUO 시스템은 이를 현실로 만들어줄 구조적 지원군이다. 다른 하나는 훨씬 더 즉각적인 섀시 전쟁으로, 용수철처럼 튀는 RB22가 기계적 컴플라이언스(Grip and handling)를 요구하는 바로 그 서킷에서 차를 아예 운전 불가 상태로 만들며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위협이다.
캐나다는 레드불에게 역사적인 포디움을 안겼다. 그러나 모나코는, 과연 엔진 팀이 피땀 흘려 얻은 성과를 섀시가 공중분해시키지 못하도록 막을 능력이 있는지를 가혹하게 시험할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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