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용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부분 연구기관이나 통제된 산업 현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들이다. 아이들이나 애완동물이 뛰어노는 가정집 환경에서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도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의 신뢰성은 아직 누구도 담보하지 못한다 . 소비자 시장에 내놓기 위한 보험 설계조차 불가능한 단계라는 이야기다.
로봇의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구동기) 하나만 해도 전체 생산 원가의 약 50%를 차지한다 . 부품 가격은 꾸준히 내려가고 있지만, 2026년 기준 대당 생산 원가는 성능과 생산량에 따라 여전히 3만 달러에서 15만 달러(한화 약 4천만 원~2억 원) 사이에 머물러 있다
. 대중적인 가정용 로봇을 만들려면 부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부품 공급망 자체를 구축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방대한 텍스트로 학습하는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는 달리, 사람처럼 물리적 공간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만져야 하는 로봇은 학습할 만한 데이터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예측 불가능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진짜 집 안에서, 사람처럼 능숙하게 물건을 조작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데이터'가 아직은 없다. 이른바 '로봇 업계의 GPT 모멘텀'은 아직 오지 않았다 .
바클레이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과 함께 더 큰 그림인 '물리적 AI'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 문제는 이 모든 분야가 한정된 컴퓨팅 자원과 AI 인재, 투자금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런 경쟁 구도 속에서 가정용 로봇에 필요한 특화 연구 개발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
따라서 앞으로 몇 년간 진짜 사업이 될 만한 기회는, 창고나 용접 공정처럼 통제된 환경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협소형 로봇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게 바클레이즈의 결론이다 .
그렇다면 바클레이즈는 왜 불과 몇 달 전, 2035년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약 273조 원(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걸까 ? 핵심은 무엇을 언제까지 측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요약하면, 한쪽에서는 2035년까지 거대한 산업용·특수 목적 로봇 시장을 예견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만능 가정부 로봇'이 언제쯤 현실화될지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상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금, 가장 인상적인 시연 영상과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단적인 예로, 휴머노이드 로봇 몸체 가격은 2020년대 초만 해도 대당 13억 원(100만 달러)이 넘는 연구실 장비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상업용으로 수억 원대까지 떨어졌다 . 중국 유니트리(Unitree)의 G1 모델은 기본형이 약 2,100만 원(1만 6천 달러)에 불과하다
. 그러나 보스턴 다이내믹스나 애질리티 로보틱스 같은 기업이 공급하는 산업용 로봇은 여전히 대당 수억 원을 호가하며
, 평균 상업 생산 가격은 성능과 물량 따라 4천만 원에서 2억 원 사이에 머물러 있다
. 이 정도 가격이면 공장에 한두 대 도입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각 가정에 한 대씩 보급되는 세상을 논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간형 로봇 회사'로 불리는 유니트리의 실적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현실을 잘 보여준다.
유니트리는 2025년에 전년 대비 335% 급증한 17억 위안(약 3,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인간형 로봇 부문에서 60%에 달하는 놀라운 매출 총이익률로 첫 흑자를 기록했다 . 하지만 유니트리는 IPO를 앞두고 있던 2026년 1분기, 연구 개발과 생산 능력 확장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7%나 감소했다
. 더 중요한 사실은, 인간형 로봇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대부분이 지금도 일반 가정이 아니라 기업체 리셉션, 전시장 투어 가이드, 연구 기관이라는 '틈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
이 싸움이 아직 '돈을 벌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는 사실은 인재 영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026년 1월, 현대자동차그룹은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Optimus)' 개발을 총괄하던 밀란 코바치(Milan Kovac) 전 수석 부사장을 그룹 고문이자 미국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 2025년 6월 테슬라를 떠난 코바치를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품었다는 소식은, 수백만 대의 로봇을 양산하는 게 아니라, 그 양산을 가능하게 만들 '제품 개발'과 '인재 확보' 경쟁이 한창이라는 뜻이다
. 시장은 아직도 진정한 상업적 '규모의 경제' 진입 전의, 연구 개발 혹은 파일럿 프로젝트 단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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