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분석에 따르면, 2026년 한 해 동안 HBM이 전 세계 D램 웨이퍼 생산 능력의 약 23%를 잠식할 예정이며, AI 관련 워크로드가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20%를 소비할 전망이다 . 그나마 남은 DDR5 물량조차 AI 서버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제조사들은 지난 1~2년간 의도적으로 구형 DDR4 생산 라인을 정리해왔다 . 원래는 소비자 시장의 자연스러운 세대 전환을 유도하려던 움직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DDR4 공급은 줄이고 DDR5 물량은 AI 쪽에 빼앗기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 셈이다.
기록적인 수준의 가격 인상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2026년 4월 시장 데이터가 충격적인 수치를 보여준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최신 규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DDR4, DDR5, 그리고 저장장치에 쓰이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까지 2025년 초 대비 누적 상승폭이 200%를 넘나들며 메모리 수급난이 모든 라인업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새로운 공급처가 없지는 않다. 맥아피 부사장은 **중국의 CXMT(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가 DDR5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 그러나 그의 전망은 신중하다. 새로 진입하는 물량이 의미 있는 수준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당분간 글로벌 수요-공급의 균형추를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이것이 그가 이번 고통스러운 시장 사이클이 과거 그 어떤 때보다 "훨씬 더 오래 갈 것"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
메모리 대란은 이제 IT 기업들의 제품 설계 전략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PC 시장은 급격한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PC 출하량은 2022년 수요 붕괴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이는 메모리 가격 폭등이 전체 시스템 단가를 밀어 올린 직접적인 결과다 . 충격적인 것은 AMD의 대응이다. AMD는 **"DDR4를 지원하는 구형 AM4/Ryzen 제품을 공식적으로 부활시키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는 최신형 DDR5 보드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값싼 DDR4 메모리를 쓸 수 있도록 우회로를 열어주겠다는 전략이다. 맥아피 부사장은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한 업그레이드 경로를 제공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옵션을 확실히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완제품 PC 제조사들조차도 가격표를 유지하기 위해 저장 용량이나 CPU 등급을 낮추는 '원가 절감 편법'에 몰두하고 있다
.
스마트폰 역시 불똥을 피할 수 없었다.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LPDDR5는 DDR5의 저전력 버전으로, 동일한 제한된 생산 설비에서 만들어진다 . 그런데 최근 엔비디아 같은 업체들이 AI 서버 프로세서에 LPDDR5X를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모바일용 메모리마저 서버 시장에 빼앗기는 '스필오버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스마트폰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고, 일부 제조사는 기기당 탑재하는 램 용량을 줄이는 임시방편까지 쓰고 있다
. 이 정도로 공급망이 꼬이자, 일부 저가형 전자기기에서는 DDR3 같은 구형 메모리 재고를 다시금 찾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
과거 2020~2023년 반도체 대란은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쇼크가 주원인이었고, 공장이 정상화되면서 해소되었다. 그러나 2024년부터 시작된 이번 위기는 수요의 '구조적 전환'이다. 초고수익을 내는 AI 인프라가 제조 능력을 빨아들이면서 소비자 시장이 영구적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 이 구조는 당장 엄청난 양의 새로운 팹(Fab, 반도체 생산 공장)이 가동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 AMD 임원의 경고대로, 가격 안정화는 최소 2028년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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